#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부터 출근길이 불편해졌다. 아침마다 전동킥보드를 탄 사람들이 A씨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는 일이 유독 잦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이제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어폰도 끼지 않게 됐다”며 “바로 옆에서 쌩하고 지나가기 전까지는 인기척도 없다.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침부터 정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처럼 최근 ‘킥라니(전동킥보드+고라니)’가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점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면서 자동차 운전자도, 보행자도 킥라니가 두려워졌지만, 문제는 오히려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5월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소형 오토바이처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규정하던 것을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고속도 시속 25㎞ 미만, 총중량 30㎏ 미만인 전동킥보드는 오는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차도 주행만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자전거 도로에서의 주행이 가능해졌고, 헬멧 등 보호 장구를 갖추지 않아도 범칙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 최근 10일 새 2명 사망
한국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6만대 정도였던 전동킥보드는 2022년 20만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3~4개 업체에 불과했던 공유형 진동킥보드 시장은 현재 킥고잉(올룰로), 씽씽(피유엠피), 라임(라임) 등 20여개 업체가 뛰어든 상태다.
아직 규제가 완화되기도 전이지만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전동킥보드 사고건수는 117건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225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447건에 달해 그야말로 킥라니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망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 27일에는 전동킥보드를 타다 택시와 충돌한 한 고등학생이 사흘 만에 사망했다. 이 학생은 지난 24일 밤 9시경 인천 계양구청 인근 도로에서 안전장치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던 중 택시와 충돌,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일주일 전 한 50대 남성은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굴착기 기사가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을 하려다 해당 남성을 미처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저녁에는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던 남성이 길을 걷던 여성을 덮치면서 피해자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피의자 남성은 그대로 자리를 빠져나갔으나, 방송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자 자수했다. 해당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법, 마지막 본회의에서 ‘땡처리’··· 반대 無
전동킥보드는 지금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원칙상 도로에서만 탑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 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면허증이 아닌 아무 사진을 사용해도 인증이 허가되고, 인증을 도용해 사용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지금도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안전모 착용은 차치하고 2인이 함께 탑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보이면서 안전 불감증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동킥보드의 규제 완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유는 당·정의 ‘공유경제 활성화’ 명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발의된 해당 법안은 몇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업계의 집요한 노력과 규제 완화가 결국 이를 통과시켰다. 관련 법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지난 5월 20일 반대표 없이(재석 184명 중 찬성 183명, 기권 1명) 통과됐다. ‘무더기 법안 처리’가 관례인 마지막 본회의 때 130여개 법안과 함께 땡처리된 셈이다
앞서 스타트업계는 전동킥보드가 공유경제의 성장 속에서 하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하는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개인이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강조해왔다. 이로 인해 골목상권의 활성화와 새로운 상권 창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개인형 이동수단 확산에 따른 규제 그레이존 해소를 위한 해커톤을 개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활성화와 탑승자·보행자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계의 국회의원 설득은 계속됐고, 결국 ‘혁신 비즈니스’ 명분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車보험으로 보상한다지만, 위험한 질주는 계속
전동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보험’이었다. 사고는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10일부터 보행자가 전동킥보드로 인해 다칠 경우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본인의 보험이 없다면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을 받게 했다. 다만, 보상한도는 ‘대인I’ 이내로 제한된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후 가해자에게 구상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사고 발생 시 대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초기에 올바른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험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준수와 안전운행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보험 의무화(관할 지자체 등록)와 거치구역 외 거치금지(위반 시 500만원 과태료), 안전요건 적합의무 부여, 지자체 공영 킥보드 사업에 대한 정부의 국가 보조금 지급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불편한 규제는 최소화해야 하나 아직까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급증과 함께 안전모 착용 여부에 따라 안전상의 위협요소가 크다는 점, 또 오는 12월부터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전동킥보드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경찰의 단속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규제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고라니’처럼 최근 ‘킥라니(전동킥보드+고라니)’가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문제점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면서 자동차 운전자도, 보행자도 킥라니가 두려워졌지만, 문제는 오히려 규제가 완화됐다는 점이다.
국회는 지난 5월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소형 오토바이처럼 ‘원동기장치자전거’로 규정하던 것을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한 것이다.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 최근 10일 새 2명 사망
한국교통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6만대 정도였던 전동킥보드는 2022년 20만대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3~4개 업체에 불과했던 공유형 진동킥보드 시장은 현재 킥고잉(올룰로), 씽씽(피유엠피), 라임(라임) 등 20여개 업체가 뛰어든 상태다.
아직 규제가 완화되기도 전이지만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7년 전동킥보드 사고건수는 117건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225건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447건에 달해 그야말로 킥라니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망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 27일에는 전동킥보드를 타다 택시와 충돌한 한 고등학생이 사흘 만에 사망했다. 이 학생은 지난 24일 밤 9시경 인천 계양구청 인근 도로에서 안전장치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던 중 택시와 충돌,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일주일 전 한 50대 남성은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굴착기 기사가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을 하려다 해당 남성을 미처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저녁에는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던 남성이 길을 걷던 여성을 덮치면서 피해자가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피의자 남성은 그대로 자리를 빠져나갔으나, 방송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자 자수했다. 해당 남성은 당시 술을 마시고 전동킥보드를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법, 마지막 본회의에서 ‘땡처리’··· 반대 無
전동킥보드는 지금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동킥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면허가 있어야 하고, 원칙상 도로에서만 탑승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이용 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면허증이 아닌 아무 사진을 사용해도 인증이 허가되고, 인증을 도용해 사용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또 지금도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용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안전모 착용은 차치하고 2인이 함께 탑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보이면서 안전 불감증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동킥보드의 규제 완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유는 당·정의 ‘공유경제 활성화’ 명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발의된 해당 법안은 몇 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업계의 집요한 노력과 규제 완화가 결국 이를 통과시켰다. 관련 법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지난 5월 20일 반대표 없이(재석 184명 중 찬성 183명, 기권 1명) 통과됐다. ‘무더기 법안 처리’가 관례인 마지막 본회의 때 130여개 법안과 함께 땡처리된 셈이다
앞서 스타트업계는 전동킥보드가 공유경제의 성장 속에서 하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가지 못하는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개인이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을 강조해왔다. 이로 인해 골목상권의 활성화와 새로운 상권 창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개인형 이동수단 확산에 따른 규제 그레이존 해소를 위한 해커톤을 개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활성화와 탑승자·보행자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계의 국회의원 설득은 계속됐고, 결국 ‘혁신 비즈니스’ 명분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車보험으로 보상한다지만, 위험한 질주는 계속
전동킥보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보험’이었다. 사고는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10일부터 보행자가 전동킥보드로 인해 다칠 경우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본인의 보험이 없다면 가족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을 받게 했다. 다만, 보상한도는 ‘대인I’ 이내로 제한된다.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고, 사후 가해자에게 구상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사고 발생 시 대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초기에 올바른 전동킥보드 이용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험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전동킥보드 이용자의 교통법규 준수와 안전운행 관리감독 강화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보험 의무화(관할 지자체 등록)와 거치구역 외 거치금지(위반 시 500만원 과태료), 안전요건 적합의무 부여, 지자체 공영 킥보드 사업에 대한 정부의 국가 보조금 지급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불편한 규제는 최소화해야 하나 아직까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급증과 함께 안전모 착용 여부에 따라 안전상의 위협요소가 크다는 점, 또 오는 12월부터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전동킥보드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경찰의 단속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규제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