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력이 강화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활동이 확대돼 남북교류 재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북한이 돌연 남측과의 연락을 끊고 ‘무반응’ 기조로 돌아선 것은 남북 정상 합의사항 불이행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남북 당국 간 신뢰가 회복돼야 교류도 재개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2020년 김정은의 군사행보로 볼 때 그는 7월 이전까지 북한군의 코로나19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7월 이후 군 간부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확대해 나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는 과거와 달리 대면접촉 활동이 급격하게 줄었고, 활동 범위도 평양지역에 한정됐다. 또 소수의 특정 간부들만 접촉하는 등 소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7월 이후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는 변화했다.
7월과 9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연이어 개최했다. 군 지휘관 권총 수여식, 한국전쟁 참전 열사능 참배, 전국노병대회 참석 공개연설 행보 모두 7월에 이뤄졌다. 10월에는 군사 칭호 수여,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참관, 중국 인민지원국 참전 열사능 참배 등의 행보가 이어졌다.
비(非)군사 부문에서의 활동도 7월 이후 활발해졌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경북도, 동해안 등 태풍피해 복구 현장을 찾는 민생행보를 확대한 것을 두고 “비군사 부문에서의 현지지도도 재개됐다”고 평가했다.
고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행보 변화 배경으로 북한의 코로나19 통제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국제사회의 지원 등에 따른 북한의 코로나19 통제능력 향상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특히 신속진단키트 도입 등이 통제능력을 증대시켜 김정은의 행보를 확대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코로나19 통제능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북한의 국경통제와 남북 간 접촉 중단의 완화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북·중 국경을 봉쇄한 상황에서도 중국 등으로부터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북 당국 간 신뢰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최은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26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개최한 ‘제27차 남북 관계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민간단체로서 현장에서 느낀 고민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적극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사무처장은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북측의 반발로 남북 대화, 관계가 모두 단절된 만큼 이에 대한 해결 없이는 민간 차원에서, 대북제재에서 벗어난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교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세가 좋아진다고 해도 남북 당국 사이에 신뢰가 복원되지 않으면, 민간교류가 ‘의미 있게’ 진행될 수 없다”면서 당국 간 신뢰 회복과 정부와 민간이 함께 가는 ‘투트랙(Two Track)’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과 군 간부들의 대면접촉이 활발해진 것이 코로나19 감염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신속진단키트를 포함한 코로나19 방역물품의 대북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