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부패의 온상, 합수단 해체"…남부지검에선 무슨 일이?

2020-10-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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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려면 남부지검으로 가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부패 의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수단을 해체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판관 포청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탐관오리였다는 것.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금융조세수사부 3곳을 남부지검으로 옮긴 뒤, 금융감독원, 증권감독원, 국세청 등 금융분야 전문가들을 파견받아 운영해온 증권·금융범죄 전문수사부다. 2013년 처음 발족된 뒤 규모를 조금씩 확장했으며 한때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승진하려면 중앙지검, 돈 벌려면 남부지검
하지만 유명세와 달리 논란도 적지 않았다. 몇몇 검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중앙지검에 가면 승진하고, 남부지검에 가면 돈을 번다"는 우스갯소리가 검찰 주변에서 회자될 정도다. 실제로 남부지검에서는 스폰서 검사, 검찰 전관 연루 사건, 후배 검사에 대한 폭언·폭행 등 여러 차례 문제가 연이어 터져나오기도 했다

2016년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당시 증권범죄합수단장)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건에도 어김없이 검찰 출신의 전관변호사와 룸살롱 등 향응접대가 등장한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중·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모씨로부터 29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의 고급술집 등에서 1700만원 상당의 향응 접대를 받고 현금 34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2016년 6~7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된 김씨에게 자신의 비위 사실을 감추려 휴대전화와 장부를 없애도록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와 스폰서가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중개인 역할을 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박모씨도 등장한다. 박 변호사는 '스폰서 검사 사건’과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김 전 부장검사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처지에 놓이자 제3자에게 자신의 동기가 근무하는 검찰청에 '스폰서'를 고소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사기꾼 범죄자의 주장을 믿을 수 있느냐"는 식의 논리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후배 검사와 술자리, 예약해라"
남부지검 검사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엮인 비리사건의 유형은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언론에 보낸 투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사기꾼 범죄자'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법무부 감찰을 통해 사실관계는 거의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주장은 대부분 사실이었던 것.

김 전 회장은 지난 16일 발표한 1차 옥중 입장문에서 2019년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A 변호사와 함께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A 변호사 측은 '접대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동석했던 C검사는 실제로 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으로 발령이 나 수사를 했다.

C 검사는 지난 8월부터 외부기관으로 파견 나간 상태라고 알려졌다. C 검사는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현재도 해당 외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김 전 회장은 법무부 조사에서 "B 변호사로부터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 검사들과 술자리를 하게 됐으니, 모 주점에 특실을 예약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어 "B 변호사는 '이 후배들이 나중에 라임 사건 수사팀에 합류하게 될 것이고 너도 이 검사들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강남술집에서 고액의 향응을 받은 검사가 바로 이 사건 수사팀으로 투입돼서 복도에서 마주쳤다, 깜짝 놀랐다 아는 척하지 말라고 돼 있다"고 김봉현씨의 입장문을 인용하면서 "(감찰 결과) 사실로 확인이 됐고, 이 부분에 대해서 조속히 수사가 의뢰가 돼 있고, 수사 중이어서 결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청천인 줄 알았는데 변 사또였다?"
최근 자신의 후배였던 김홍영 검사에게 폭언·폭행을 해 죽음으로 몰고간 김대현 전 남부지검 부장검사 사건도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사건이 발생한 지 4년 여 만에 기소됐다. 당시 고(故) 김홍영 검사가 남긴 흔적에 따르면 김 전 부장검사는 수시로 술자리에 불러냈고 이를 김 검사가 무척 힘들어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검사의 급여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석연치는 않다.

추미애 장관의 국회 발언을 통해 볼 때,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부는 '자본시장의 정화'라는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 핵심부의 비리를 수사하니 해체시켜 버렸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주변의 주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는 김봉현 전 회장 등의 '제보'를 토대로 합수단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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