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시대' 대비한다며, 120만 주임사 씨 말렸다

2020-10-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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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 월세매물 크게 줄어...보증기관 앞세운 대출한도 축소 영향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임사 다수 대출 레버리지로 월차임 얻어

정부의 우회적 대출규제로 주택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비아파트 월세매물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전세로 몰리거나 임대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일부는 보증금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지난 7·10 부동산대책에 따라 주택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HUG, SGI 등 보증기관은 보증 가능한 대출 상한을 60%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면 현실적으로 50% 초과 대출을 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규제로 세입자의 보증금이 아닌 대출을 레버리지 삼아 월세수익을 올리던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들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월차임을 받지 않으면 효용성이 떨어진다.

비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주택임대사업자(156만 가구)의 77%(120만 가구)에 달한다.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는 36만 가구에 불과하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중개사는 "입주를 앞둔 신축 오피스텔 근처에서 영업 중"이라며 "전세매물은 24개에 달하는데, 월세는 전세의 절반 수준인 13개뿐"이라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수요자가 고보증금을 희망하는 경우도 있고, 대출이 잘 안 나오니 가용금액이 적어져 고보증금을 잡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출 규제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가 내놓는 월세매물이 줄면서, 월세시대에 대응한다는 정부의 방향성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그간 임대차법을 개정하고 월세 대출상품 신설 계획을 밝히는 등 월세시대로의 전환을 시사해왔다. 전세가 레버리지로 작용, 갭투자를 부추겨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과 초저금리 시대를 고려한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교수는 "보증보험 의무가입은 보증기관과 세입자를 보호하는 등 순기능이 있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며 "대출이 많아 의도와 무관하게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경우 등은 예외로 둘 필요가 있다. 높은 보증요율을 적용해서라도 가입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월세뿐 아니라 전세매물까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갑작스런 대출규제로 전세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나오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비아파트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는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과 저금리 장기화,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도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충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전세대책을 이르면 이번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계획이 당장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찍힌다.

고준석 동국대 교수는 "공급대책이 실제 공급으로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나.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지역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대책은 되기 어렵다"고 평했다.

김호철 단국대 교수도 "공급대책이 심리적 안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갑작스런 임대차법 등으로 시장이 패닉상태라 어떤 정책도 먹히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빌라·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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