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상속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삼성그룹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향후 상속세 재원 마련 등 여러 시나리오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과 삼성SDS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향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지분율이 가장 높아 그룹 내 중요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 지분이 많은 삼성SDS도 강세를 보였다. 삼성SDS는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IT서비스 전문 계열사로, 이 부회장이 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9500원(5.51%) 오른 18만2000원에 마감했다.
그룹 관련주들도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생명 주가도 3.80% 상승 마감했고, 삼성전자 역시 0.33% 상승했다. 삼성SDI와 호텔신라는 장 중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 상승폭을 줄이며 각각 1.65%, 0.13% 하락 전환하며 거래를 마쳤다.
증권업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등이다. 이들 가치의 총합은 약 18조2421억원이다. 고 이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으려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서는 약 10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입해야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삼성전자의 배당 확대와 삼성생명·삼성SDS의 지분매각을 통한 재원 마련을 강하게 점쳤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17.3%의 지분을 보유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최소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약 10조원의 상속세를 상속인들이 나눠 납부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향후 배당증액의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지분매각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주주가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수입이 현 수준인 연간 4125억원에 머무른다면 5년간 연부연납을 고려해도 약 4조원의 상속세 부족분을 채울 수 없다”며 “배당수익 규모와 삼성그룹의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지분을 처분하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보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배당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