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LG화학② 화학기업에서 ‘과학기업’으로...배터리 분사로 ‘글로벌 1위’ 수성

2020-10-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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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 to life for a better future).”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기업에서 ‘과학기업’으로 좌표를 새로 설정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5월 7일 비전 선포식을 통해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이 같은 새로운 비전을 직접 공개했다.

LG화학은 새 비전에 대해 모든 분야의 지식 체계는 물론 지금까지 회사가 축적한 지식과 기술, 솔루션이라는 과학(Science)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지식과 유기적으로 결합,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고(Connect), 고객과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나간다는(Life for a better future)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LG화학의 ‘우리는 과학을 연결합니다(We Connect Science)’라는 새로운 슬로건도 제시했다. 과학과 인류의 삶을 연결해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알파벳 시(C)와 오(O)를 연결해 무한대 기호(∞)를 형상화했다.

 

지난 5월 새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신 부회장은 이날 비전 선포식을 통해 “깨지지 않는 화장품 뚜껑부터 세상에 없던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들어 왔다”라며 “이제는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고 전혀 다른 분야와 융합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이처럼 과학을 강조한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전지사업부문(이하 배터리 부문)이 LG화학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까지는 LG화학의 여러 사업 부문 중 석유화학 매출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크다.

하지만 전기차 상용화와 함께 모바일 제품이 일상화되면서 배터리 부문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에서는 석유화학이 54.42%, 배터리가 29.22%를 차지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배터리가 매출 기준으로 석유화학을 앞지르고, 2024년에는 전체 매출 59조원 중 31조원을 차지할 것이란 게 LG화학의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분기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은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2018년 4분기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배터리 부문은 지난 3분기 LG화학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데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1일 LG화학은 올 3분기 매출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158.7%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배터리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1688억원에 달했다. 종전 최고치였던 직전 2분기(1555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이익이 늘었다. 매출 또한 3조1439억원을 기록해 3조원을 밑돌았던 2분기보다 개선됐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사상 최대 실적을 예견한 듯 LG화학은 지난달 17일 배터리 부문 물적 분할(분사)을 결정했다. 분사 발표 초반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자, 창립 이래 처음으로 3분기 잠정실적까지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돌입하기도 했다.

업계는 LG화학의 이번 분사를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으로서의 공격 투자 선언으로 본다. LG화학은 분사를 통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의 지분을 100% 갖기 때문에 지배력을 유지하게 된다. 이르면 내년 IPO 등을 통해 막대한 투자 자금도 유치할 수 있다.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폴란드, 미국, 중국 현지 공장의 증설 및 신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부터 다량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량은 150조원에 달한다. 이 물량을 소화하려면 향후 10조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가 불가피하다.

LG화학은 21일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배터리 부문의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신 매출은 내년 18조원, 2023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내년 5% 안팎, 2023년 10%대 초반이다. 내년 매출 18조원만 봐도, 올해 예상 매출(13조원)보다 3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부문 분사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안건이 처리되면 이르면 12월 신설법인이 출범한다. 주총 후 이르면 11월부터 생산직과 사무직 등 6500여명의 배터리 부문 인력 전원인 신설법인으로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생산구매(CPO)와 기술책임(CTO) 조직 중 CPO는 모두 신설법인으로 가고, CTO 산하 인력은 지역별 배터리 연구소 인력만 신설법인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CEO는 10년 넘게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을 이끌어온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동석 LG화학 CFO(부사장)는 컨콜에서 “시장에서 (전지사업부문) 분사와 관련해 우려와 다양한 의견이 있음을 알고 있다”라며 “우선 최적화한 별도 조직을 구성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및 효율적 운영체계를 갖춰 구조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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