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따른 신냉전 위기 속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대 연례 행사 중 하나인 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가 26~29일 열린다.
중국 경제의 향후 5년 로드맵으로 불리는 14차 5개년 계획(14·5계획)이 논의되는데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력갱생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경제적 자립도를 높인 뒤 강력한 지도력을 통해 미국의 공세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쌍순환'의 다른 이름은 자력갱생
25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베이징에서 19기 5중전회가 개최된다.
지난 2017년 구성된 19기 중앙위원회의 다섯번째 전체회의라는 의미로 중앙위원(204명)과 후보위원(172명),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133명) 등 최고위 권력층이 한자리에 모인다.
5중전회에서는 주로 차기 5개년 계획이 논의되는데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집권기였던 2000년 15기 5중전회부터 10월 개최가 관행이 됐다.
내년부터 5년간 시행될 14·5계획의 핵심은 최근 많이 회자되는 '쌍순환(雙循環)' 발전 전략이다.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제·국내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방안이라는 의미로, 지난 5월부터 본격 인용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외 무역 환경이 악화한 상황을 감안해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14억 인구의 광활한 내수 시장을 믿고 가겠다는 건데, 1분기 -6.8%까지 추락했던 경제 성장률이 2분기 3.2%, 3분기 4.9%로 반등하면서 효과가 입증됐다.
내수 위주의 경제 발전이 지속되려면 △소득 증대 △인구 유지 및 노령화 속도 조절 △지역 격차 해소 등이 전제돼야 한다. 관련 정책이 14·5계획에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내수 부양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핵심기술·부품 금수 조치에 따른 충격은 상당하다.
미국 주도의 가치사슬에서 떠밀려 날 경우 중국 경제는 설 곳이 없어진다. 반도체·5G 등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야 국제·국내 쌍순환이 가능해진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후커우(戶口) 제도 개혁 등이 예상된다.
다만 지난 13·5계획 때 유난스럽게 강조했다가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 공고해진 시진핑 1인 체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달 28일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를 심의한 뒤 30일 공식 발효했다.
이번 5중전회 때도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 권력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서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입지를 더 공고하게 다지는 게 목적이다.
조례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쩌민 때 성립된 중국식 집단지도체제의 붕괴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위원회는 총서기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원 등의 추천·선출권을 지닌 최고 권력 기구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개최는 중앙정치국에서 결정되는데, 중앙정치국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건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시 주석뿐이다.
시 주석은 중앙정치국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의제를 결정할 권한도 시 주석이 갖는다. 시 주석의 의사에 반하는 사안이 중앙정치국이나 중앙위원회에서 다뤄지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전 당이 사상적 무장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삽입됐다. 이번 조례가 한시법이 아닌 만큼 시 주석 중심의 지도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조례에 대한 모든 해석은 중앙위원회 판공청이 담당하는데, 판공청 주임이 '시진핑의 그림자'로 불리는 딩쉐샹(丁薛祥)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기존에는 총서기 외에 다른 상무위원도 중앙정치국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었다"며 "집단지도체제가 실질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번 5중전회는 경제적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도 크다"며 "경제 자립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미국의 공세에 맞서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