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저신용자, 2금융권ㆍ사채 내몰린다

2020-10-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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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중금리대출 비중 1년새 절반 이상 하락…저축은행 대출 몰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 8~17%…시중은행보다 두 배가량 높아

7등급 아래는 불법 고금리 감수…잔액 7조2000억원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다. 최근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일명 영끌)'이란 말도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서민들의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던 중신용자들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몰리면서, 연쇄적으로 취약계층 역시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 금리단층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비중을 줄이자 서민들이 보다 금리 부담이 높은 저축은행에 몰리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2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신한·KB국민·NH농협·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연 금리 4~10%)의 평균 비중은 7.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7%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2년 전(31.1%)에 비해서는 23.6% 포인트 하락했다.

중금리대출은 시중은행이 주로 공급하는 대출(연 4% 미만)에 비해 금리가 다소 높은 만큼 중신용자, 특히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주로 찾았다.

시중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대신 연체 위험이 적은 고소득·고신용자 대출을 늘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대출에서 고소득자(소득 8000만원 이상) 비중은 작년 6월 30.6%에서 올해 6월 35.4%로 늘었다. 1~3등급의 고신용자(78.4→82.9%), 1억~2억원의 고액 대출(12.6→14.9%) 비중도 모두 커졌다.

4등급 이하 중·저 신용자의 대출 길이 막히면서 전체 가계대출 중 1~3등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구성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용등급 1~3등급이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은 75.5%에 달했다. 2016년 65.7%이던 1~3등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7년 68.7%, 2018년 70.8%, 2019년 74.9%로 매년 상승했다. 반면 4~6등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6년 27.2%에서 지난 1분기 19.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7등급 이하는 7.1%에서 5.0%로 줄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은 저축은행에 몰렸다. 2018년 말 2조8000억원 수준이던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말 5조129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금리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시중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는 연 4~10%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이 운영하는 중금리대출의 평균 금리는 8~17% 수준이다. 이들이 저축은행으로 옮기면서 금리 부담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7등급 이하 금융취약계층이다. 저축은행에 4~6등급 중신용자들이 몰리면서 저축은행이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꺼리자,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 역시 7등급 이하 금융취약계층의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 2018년 17조3500억원이던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2019년 15조9100억원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협회에 대출금리를 공시하는 대형 대부금융회사 26곳 가운데 11곳(42%)은 이 기간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건수가 10건을 넘지 않았다. 중개업자를 통한 추가·재대출 건수가 10건 이하인 업체까지 합치면 총 13곳에 달한다.

그 사이 불법 사금융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018년 기준 대부업에서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인원을 45만~65만명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는 5조7000억~7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조이기가 결국 서민들의 금리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다"며 "단순한 대출 감축보다는 금융취약계층을 지원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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