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를 죄로 간주하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뒤집는 '동성 결혼 지지' 발언을 내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동성 커플의 결혼을 인정하는 시민결합법안(civil union law·우리의 민법격)을 만들어야 한다"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역대 교황과는 상반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가톨릭계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첫해 브라질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을 향해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동성애자를 감싸 안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모아 만든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303'에서도 교황의 견해가 잘 드러난다.
그는 "그 누구도 개인의 특별한 사생활을 물리적으로 간섭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느님이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자유로운 사람으로 창조했다면 지금 그 자유인을 간섭하려는 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라고 동성애를 도덕적·법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데 안타까움을 드러낸 바 있다.
교황의 발언에 여론은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다.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인 교황의 '동성애 지지' 발언에 가톨릭 신자와 기독교 신자들은 성경 말씀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황의 발언을 전한 기사에는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한 하나님을 욕보이는 건가?", "교황의 말이 성경보다 앞서고 하나님보다 자비로울 수 있나", "성경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교황이 있을 의미가 있나", "나머지 성직자 신자들에게도 큰 여향을 미칠 텐데 어떡하나" 등의 부정적 댓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교황의 이 같은 행보가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종교의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황님의 뜻이 세상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세상의 빛이 돼야 하는 종교의 참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등 지지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 입법 추진 중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방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내용에 따르면 성적 지향성이 개인의 직업, 종교, 교육 등에 어떠한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언론 미디어에서 동성애를 비판하는 표현을 쓸 수 없고, 학교에서도 동성애를 비난하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차별적 현실을 바꾸는 데에 목소리를 내주신 교황께 감사함을 전한다"라며 "어떤 정체성을 지향하더라도 모든 시민은 존엄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교황의 발언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