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한국을 알린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한중 외교에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외교통일위원회 주중대사관 국정감사가 사실상 ‘BTS 국감’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BTS가 주중대사관 국감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최근 BTS가 한·미우호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한 수상소감이 중국에서 논란이 됐고, 이것이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재발 우려로 번졌기 때문이다.
BTS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은 지난 7일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누리꾼이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반발하며 반한(反韓)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BTS의 굿즈(Goods·기획상품) 유통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① ‘BTS 굿즈’ 배송 중단한 中 물류 업체는?
지난 19일 중국 포털 시나닷컴 등은 중국 물류업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인용해 중국 내 BTS 굿즈 배송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언급된 중국 물류 업체 윈다(韻達) 한국지사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공지를 통해 “BTS 택배 관련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현재 관련 택배는 잠시 배송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중국 3위권 물류 업체인 ‘위엔퉁(圓通)’과 중위권 업체인 ‘중퉁(中通)’도 BTS 굿즈 배송 중단 소식을 알렸다.
② ‘BTS 굿즈’ 배송 중단 논란 왜 확산했나
현재 상황에서 해외물품 배송 중단 및 지연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각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이동제한 방침을 내려 해외배송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BTS 굿즈 배송 중단은 다르다. 중국 물류 업체가 배송 중단 배경을 ‘코로나19’로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윈다 측은 배송 중단의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원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이라고 했다. ‘BTS 수상소감’을 앞세워 굿즈 배송 보이콧 운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위엔퉁과 중퉁은 “BTS 논란의 영향으로 해관총서가 인쇄품과 인쇄 제작품 등에 대한 감독을 더 철저히 하도록 방침을 내놨다”면서 “이 영향으로 기타 한국 제품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의 이런 공지를 웨이보를 통해 퍼졌고, 제2의 한한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공지 글이 조작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③ 中 세관 ‘BTS 굿즈 금지’ 조치 있었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중국 해관총서의 ‘BTS 굿즈 배송 금지’ 조치는 없었다. 단, 물류 업체의 배송 중단은 사실로 확인됐다.
장하성 주중한국대사는 21일 국감에서 “중국 해관총서 측과 통화를 했는데 BTS 관련 소식은 ‘유언비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주한중국대사관 측도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중국 세관 부서가 한국 BTS 관련 제품에 통관제한 정책을 출범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장 대사는 “윈다라는 업체가 공지를 올린 이후 두 업체가 중단했다는 보도가 있어 직접 확인했는데 일단 중단 조치는 없었다”면서도 “분명 배달 중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중국 고위층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