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속 창복은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간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된 일이지만 어느새 창복의 일상이 되고 말았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신실한 그는 말 없는 태인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인물. 그의 형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다.
배우 유재명(47)은 창복을 더욱 일상적으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 수더분한 모습과 친근한 말투는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지만, 누구보다 근면성실한 남자라는 아이러니한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복잡한 건 모두 걷어내기로 했어요. 인물이 가진 복잡한 서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나리오에 드러나는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영화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서 SF 단편 '서식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홍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독특한 설정과 빼어난 미장센 그리고 영화 곳곳에 숨은 의미와 상징을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우리 영화가 상징도 많고 이미지도 많잖아요. 이야기를 건조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데 그게 홍의정 감독님의 색깔 같아요. 이 작품에서 제가 힘을 준 연기를 선보이거나 과하게 표현했다면 어울리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캐릭터에 많은 전사를 부여하지 않고 오히려 덜어내고자 한 거죠."
유재명은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번 작품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작품 속 전체적인 완급을 위해 노력했고 태인과의 케미스트리를 빛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창복은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캐릭터에요. 서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고 말 없는 태인과 대비되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죠. 전체적인 완급 조절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가장 잘 나타내는 게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즉석에서 아이디어도 내고 제 식대로 대사를 바꾸며 입에 맞는 단어들로 재설정하기도 했죠."
창복은 말 없는 태인과 대비되는 인물로 엄청난 대사량을 자랑한다. 유재명은 입만 열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사량에 곤란(?)하기도 했다고.
"대사량이 어마어마하죠. 그걸 다 소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하하. 창복이 하는 말은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에 아주 일상적인 말들을 쏟아냈어요. 일단 아무 말이나 해봤는데 감독님께서 참 좋아하셨어요. 하하하."
유재명은 창복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연기톤을 유지하고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자동 응답기 같은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추임새를 끊임없이 넣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만들기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몰입했죠."
창복은 무시무시한 일을 도맡고 있지만, 누구보다 신실한 인물이다. 그는 정작 자신이 유괴 사건에 휘말리고 가담자가 되자 잔뜩 겁먹은 모습을 보이고 섣부른 행복으로 일을 키우기도 한다.
"창복은 합리화를 하고 있어요. 우리는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되었지만 일이 꼬여 유괴범이 되고 말죠. 이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님에게 돌아가면 좋은 일이고 어차피 우리도 받아야 할 돈이 있으니 유괴에 가담하자고 결정해요. 그의 합리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궁금해요. 성실히 살다가도 소소하게 무단횡단을 하거나 꽁초를 버리는 등 순간순간의 모습을 창복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창복은 태인과 함께해 더욱 빛을 발하는 캐릭터다. 유재명은 태인을 연기한 유아인을 치켜세우며 함께 연기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멋진 배우예요. 자유분방하기도 하고 주체적인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재밌게 다가와 줬고, 카메라 밖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해줬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친구고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어요. 특히 창복과 태인은 계속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대사가 없지만 '티키타카'를 느껴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재밌는 경험이었죠."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고 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고 매 순간 최선을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영화의 소재나 묵직한 주제 등이 그를 고민에 빠트리곤 했다.
"항상 고민했지만, 직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고 감독님의 조용한 미소와 '좋아요'라는 말을 기준으로 연기한 거죠."
그는 창복을 연기하며 일체감을 느낀 순간도 언급했다. 창복과 닮은 순간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귀여운 점이죠. 중년에 접어들면 가끔 아이처럼 굴 때가 있잖아요. 말도 많아지고요. 하하하. 그런 모습이 저랑 닮은 것 같던데요? 특히 유괴범들과 대면하는 모습은 제가 봐도 귀엽기도 하고요. 그들에게 '일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여유가 있다'라며 치켜세우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유재명은 창복과 '귀여운 점'이 닮았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묵묵함이 창복과 매우 닮아있다고 생각해왔다. 100여 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 실력을 갈고닦은 그는 미디어로 무대를 넓히며 어느새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으니까.
"극 중 창복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항상 감사하고요. 솔직히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대학로든 충무로든 10년 이상 자기 분야에서 열의를 불태우시는 분이 많아요. 그 가운데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지만 아무도 몰라주던 때도 있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하던 때도 있었다. 그는 그 시절이 곧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털어놨다.
"스무 살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연기에 빠지면서 누구보다 뜨거웠을 때도 있었죠. 최선을 다해서 절망한 경험도 있고요. 그 시절의 저와 주변에서 도와주던 분들을 많이 생각하려고 해요.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그게 저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배우 유재명(47)은 창복을 더욱 일상적으로 만드는 힘을 가졌다. 수더분한 모습과 친근한 말투는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지만, 누구보다 근면성실한 남자라는 아이러니한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시나리오를 읽고 복잡한 건 모두 걷어내기로 했어요. 인물이 가진 복잡한 서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나리오에 드러나는 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영화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서 SF 단편 '서식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홍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독특한 설정과 빼어난 미장센 그리고 영화 곳곳에 숨은 의미와 상징을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유재명은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번 작품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작품 속 전체적인 완급을 위해 노력했고 태인과의 케미스트리를 빛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창복은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캐릭터에요. 서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고 말 없는 태인과 대비되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죠. 전체적인 완급 조절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가장 잘 나타내는 게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즉석에서 아이디어도 내고 제 식대로 대사를 바꾸며 입에 맞는 단어들로 재설정하기도 했죠."
창복은 말 없는 태인과 대비되는 인물로 엄청난 대사량을 자랑한다. 유재명은 입만 열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대사량에 곤란(?)하기도 했다고.
"대사량이 어마어마하죠. 그걸 다 소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하하. 창복이 하는 말은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에 아주 일상적인 말들을 쏟아냈어요. 일단 아무 말이나 해봤는데 감독님께서 참 좋아하셨어요. 하하하."
유재명은 창복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연기톤을 유지하고 주변에서 볼 법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자동 응답기 같은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추임새를 끊임없이 넣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만들기 위해 그때그때 상황에 몰입했죠."
창복은 무시무시한 일을 도맡고 있지만, 누구보다 신실한 인물이다. 그는 정작 자신이 유괴 사건에 휘말리고 가담자가 되자 잔뜩 겁먹은 모습을 보이고 섣부른 행복으로 일을 키우기도 한다.
"창복은 합리화를 하고 있어요. 우리는 얼떨결에 아이를 맡게 되었지만 일이 꼬여 유괴범이 되고 말죠. 이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님에게 돌아가면 좋은 일이고 어차피 우리도 받아야 할 돈이 있으니 유괴에 가담하자고 결정해요. 그의 합리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궁금해요. 성실히 살다가도 소소하게 무단횡단을 하거나 꽁초를 버리는 등 순간순간의 모습을 창복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창복은 태인과 함께해 더욱 빛을 발하는 캐릭터다. 유재명은 태인을 연기한 유아인을 치켜세우며 함께 연기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멋진 배우예요. 자유분방하기도 하고 주체적인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재밌게 다가와 줬고, 카메라 밖에서도 스스럼없이 대해줬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친구고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어요. 특히 창복과 태인은 계속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요. 대사가 없지만 '티키타카'를 느껴볼 수 있었어요. 그것도 재밌는 경험이었죠."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고 했다.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고 매 순간 최선을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영화의 소재나 묵직한 주제 등이 그를 고민에 빠트리곤 했다.
"항상 고민했지만, 직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고 감독님의 조용한 미소와 '좋아요'라는 말을 기준으로 연기한 거죠."
그는 창복을 연기하며 일체감을 느낀 순간도 언급했다. 창복과 닮은 순간들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귀여운 점이죠. 중년에 접어들면 가끔 아이처럼 굴 때가 있잖아요. 말도 많아지고요. 하하하. 그런 모습이 저랑 닮은 것 같던데요? 특히 유괴범들과 대면하는 모습은 제가 봐도 귀엽기도 하고요. 그들에게 '일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여유가 있다'라며 치켜세우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유재명은 창복과 '귀여운 점'이 닮았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묵묵함이 창복과 매우 닮아있다고 생각해왔다. 100여 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 실력을 갈고닦은 그는 미디어로 무대를 넓히며 어느새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사로잡았으니까.
"극 중 창복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항상 감사하고요. 솔직히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대학로든 충무로든 10년 이상 자기 분야에서 열의를 불태우시는 분이 많아요. 그 가운데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지만 아무도 몰라주던 때도 있었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하던 때도 있었다. 그는 그 시절이 곧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털어놨다.
"스무 살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연기에 빠지면서 누구보다 뜨거웠을 때도 있었죠. 최선을 다해서 절망한 경험도 있고요. 그 시절의 저와 주변에서 도와주던 분들을 많이 생각하려고 해요.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그게 저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