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현, '브람스를 좋아시나요' 종영 소감 "스물아홉 ‘이정경’,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

2020-10-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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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기억 없이 마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아마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행운에 너무나 감사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가 지난 20일 깊은 여운과 함께 종영한 가운데, 극 중 이정경 역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박지현이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박지현은 '브람스'에서 스물아홉 경계에 있는 이정경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에 대한 갈등을 현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바이올린 재능마저 멈춰버린 캐릭터의 서사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낸 그의 연기는 '서사 맛집'이라 불리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덕분에 자칫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로 비춰질 수 있었던 이정경은 '역대급 서브 여주'라는 반응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중축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나무엑터스]

이처럼 꿈과 사랑, 그리고 우정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의 공감은 물론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응원까지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배우 박지현. 앞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줄 그의 눈부신 활약들이 기대되는 가운데, '브람스' 종영을 맞이한 박지현과 종영 소감 등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지현은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소감에 대해 "마지막 씬을 끝내는 감독님의 컷 소리와 동시에 눈물이 났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만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작품과 정경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이 많아서 였던 듯 합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비해 비중이 많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 촬영하면서 동료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그리고 정경이와 함께 한 모든 시간들이 행복하고 소중했나 봐요. 물론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습니다. ‘내가 이때 이렇게 표현했더라면 정경이를 더 잘 이해하고 납득해 주시지 않았을까’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클 거 같아요"라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정경은 실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사라진 천재성의 예시로 언급되는 인물이다. 박준영의 단짝 친구이지만 오랜 시간 품어온 짝사랑의 감정으로 갈등하는 인물로 복잡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를 박지현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지현은 "이정경이라는 캐릭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이올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과 함께 해온 정경이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고 서툴렀던 거 같아요. 비록 노력한 만큼 바이올린 연기가 쉽지 않아서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고 전했다.

이어 "늘 연기하면서 잊지 않으려 했던 부분이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정경이의 서사였어요. 준영이와 함께했던 15년이라는 시간, 현호와 사귀었던 10년의 시간까지. 그 길었던 시간들이 드라마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지지 않았지만 정경이의 대사와 행동의 정당성들을 그 시간들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고 강조했다.

박지현이 바라본 이정경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정경이는 불쌍한 친구에요.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정신적인 성장이나 재능의 발전이 멈춰버린 늘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현호와 준영이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아픔에서 비롯된 거 같습니다. 그들과의 갈등 속에서 어리고 미성숙한 정경이를 보면 안쓰러웠지만 결국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묵묵히 그를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이정경과의 싱크로율은 어땠을까.

박지현은 "이정경과 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달라요. 외모가 차가워 보여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정경이와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 오해하지만 조금만 같이 있어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에요. 평소에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털털한 편입니다. 웃음도 많고 어색한 걸 견디지 못해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일부러 더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촬영장에서도 동료 배우나 스태프분들께서 ‘정경이는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라고 하실 만큼 장난을 많이 쳤는데, 감독님께서 드라마 ‘환상의 커플’ 속 한예슬 선배님이 하셨던 역할을 하면 잘할 거 같다고 하신 게 기억나요(웃음)."

박지현은 배우들과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나이를 떠나 너무 좋은 배우, 스태프분들과 함께 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특히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극 중 아버지였던 김종태 선배님과 함께 연기한 장면이었습니다. 평소 너무나 존경하던 선배님이자 연기 선생님이셨는데, ‘언젠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현실화되어 진심으로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박지현은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명대사에 대해 "정경이의 장면은 아니지만, 송아가 "바이올린 잘해요?"라는 어린아이의 질문에 "좋아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송아의 그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고 눈물이 났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확신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꿈'인 것 같습니다. 아마 송아의 대사는 나뿐만 아니라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공감되지 않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스물아홉의 이정경은 꽤 아픈 성장통을 겪은 인물. 박지현이 그리는 본인의 스물아홉은 어떤 모습일까?

"스물아홉이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얼른 나이가 들고 싶었어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하고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은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에요. 아마 스물아홉의 박지현도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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