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뒤흔든 권력형 게이트로 레임덕에 빠지는 상황을 예외 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작은 노태우 정부였다. 집권 4년차인 1991년에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이 터졌다. 일종의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의 서막이었다.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 있어 주택 신축이 불가능한 이 지역에 갑자기 허가가 난 것이다. 서울시는 26개의 특정 주택조합에 이 지역 건축허가를 내줬고, 결국 검찰이 수사를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건설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2월 사과 담화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권력형 비리 중에서 방산 비리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차남인 현철씨의 한보그룹 대출 의혹까지 터지면서 정권을 내주는 수순을 밟았다.
군사정권을 청산한 문민정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을 진행했는데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미국의 E-시스템사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은 E-시스템사 소속 로비스트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아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김홍일·홍업·김홍걸 등이 줄줄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이른바 ‘홍삼 트리오 게이트’라는 신조어 탄생할 정도였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아들 사건 외에도 홍콩에서 살해당한 한국 여성 수지 김 사건을 14년 동안 은폐한 것으로 드러난 ‘윤태식 게이트’를 시작으로 굵직한 게이트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레임덕을 자초했다.
장남 홍일씨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차남 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 특가법상 알선수재, 조세포탈 등으로 구속됐다.
막내 아들인 현재 무소속인 김홍걸 의원은 미국 유학 중에 알게 된 최규선 씨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녀 비리는 없었지만 집권 3년차인 2005년 러시아 유전 개발, 행담도 개발 등이 불거지면서 휘청거렸다.
2006년에는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정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연루된 ‘신정아 게이트’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시작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집권여당에 분열이 생기며 분당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때에는 다시 측근·친인척 비리가 기승을 부렸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만사형(兄)통’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보좌관의 저저축은행 뇌물 수수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2년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는 과정에서 당내 ‘정풍운동’이 불면서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뿐만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 수수 사건,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뇌물 수수 혐의 등 측근 비리도 문제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4년 차 중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부터 촉발된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이라는 파국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무난한 길을 걸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 등을 앞세워 강력하고 견고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뇌관이 된다면 부동산 문제가 첫 손에 꼽힌다. 청와대 참모진들의 다주택 보유가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세 대란과 집값 상승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