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점포 구조조정에 나선 은행들이 지점 처분에 애를 먹고 있다. 공실이 된 옛 지점은 최대 '반값'에까지 나왔지만 쉽사리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2~14일 서울과 부산, 경기 고양시 등에 보유한 상가 30곳(총 1072억원 규모)에 대한 매각을 진행했으나 25곳(891억원 규모)을 처분하지 못했다. 이들 상가는 모두 지점이 통폐합돼 더 이상 쓰지 않는 건물로, 상당수가 몇달째 매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상가는 은행들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공매를 진행했지만 잇따라 유찰된 매물이다. 은행들이 직접 현장 입찰을 한 상가까지 더하면 매각이 안 되고 있는 옛 지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매물로 내놓은 상가가 제때 팔리지 못하면서 매각가는 반토막이 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상가를 74억7100만원에 처음 내놨으나 지금까지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매물가는 37억3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나머지 건물들도 유찰될 때마다 매물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은행도 최근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2.0%로 전분기(11.7%) 대비 0.3% 포인트, 작년 대비(11.5%) 0.5%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09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은행이 매각에 나선 경북(17.7%), 전북(16.6%), 충북(16.3%) 등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공실률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자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2분기 투자수익률은 1.18%로 전기 대비 0.14% 포인트 감소한 가운데 경남(0.64%), 경북(0.79%) 지역의 투자수익률이 특히 낮았다.
경기 침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뚜렷한 거래량 감소와 자산가치 상승 둔화 움직임을 보인 탓이다.
상가정보연구소 조현택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가 시장이 매우 나빠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