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불법대출' 한국거래소 공시담당 "담보대출 미보고, 숨기는 의도로 판단"

2020-10-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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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원 대표 "공시규정 위반이 형사처벌 대상까지는 아냐"

사기대출로 투자자와 기업에 거액의 손해를 입힌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45)가 담보대출을 전환사채(CB)로 속여 발행하면서 증권거래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한국거래소 코스닥 공시담당자는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담보대출임에도 이를 거래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무언가)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와 법인 등 22명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우선 지난 공판에서 검찰 측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가 받아드렸다. 해당 내용은 공소사실 가운데 부당이득 주체를 유 대표에서 상상인저축은행 법인으로 바꾸는 것과 일시를 변경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이모 전 한국거래소 코스닥 공시1팀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검찰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담보 없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것이 얼마나 절차상 문제가 있는 지를 증명하려 했다.

검찰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기업이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는 절차를 짚고 넘어갔다. 이에 이 전 팀장은 “상장법인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해당 내용이 담긴 회의록과 공시본문을 한국거래소에 전송하면 거래소 파인시스템과 금융감독원 닥터시스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담보제공사실을 공시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 전 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담보는 기업의 신용도에서 고려되는 부분이다”며 “담보물이 무엇이냐를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게 충분히 공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 회의록과 공시에서 (담보제공 사실 등을)누락될 경우 (무언가를)숨기기 위한 의도가 있던 걸로 파악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맞서 유 대표 측은 "공시규정을 위반했다고 했다고 해서 형사 처벌 대상까지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담보가 가능하다’면서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유 대표 등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을 상대로 높은 금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상장사들이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는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또한 상장사 M&A 관련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 미리 취득하고 이를 이용해 지난 2016년 2월쯤 단타 주식 매매로 1억1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취득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그룹 확장 과정에서 지주사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반복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검찰 출신의 변호사 박씨는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상상인그룹 주식을 최대 14.25%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금융당국에 지분보유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량 보유한 상상인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 방지하기 위해 약 1년4개월간 시세를 조종하고, 그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사의 자금 813억원을 사용한 혐의도 함께 공소장에 기재했다.

이 밖에 상장사 자금 약 360억원으로 최대 10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거래로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치는 등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상상인그룹의 불법대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지난 6월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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