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33)이 드디어 브라이언 오르테가(미국)와 옥타곤에서 마주한다. 지난 3월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정찬성과 오르테가 사이에는 가수 박재범(33)이 있었다.
UFC 파이트 나이트(UFN) '더 코리안 좀비 vs 오르테가'가 오는 1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파이팅(야스) 아일랜드에서 열린다.
두 선수의 악연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 박재범이 중간에 낀 사건이 화두가 됐다. 이 사건은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248에서 벌어졌다. 현장에서 오르테가가 박재범의 뺨을 때린 것. 이유는 박재범이 정찬성의 말을 그대로 통역해 "오르테가는 도망갔다. 그를 잡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오르테가는 지난해 12월 UFN 부산 대회에 출전해 정찬성을 상대할 예정이었지만, 매치가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 통역은 박재범이 맡았다.
이에 정찬성은 격분했다. 한 격투가가 일반인 친구를 때렸다는 생각이 그의 뇌를 지배했다.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그러나 정찬성은 오르테가와의 매치가 잡히고 나서 오히려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31일 그는 기자회견에서 "오르테가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마음으로 케이지에 올라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페더급 세계랭킹 2위라는 것만을 생각하고, 그 선수를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에 있던 일은 잊고 오르테가에게 승리를 거둬 타이틀 샷으로 향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현재 페더급 챔피언은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이고, 랭킹 1위는 맥스 할러웨이(미국)다.
정찬성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UFN 부산 대회에서 프랭크 에드가(미국)를 때려눕힌 뒤 "볼카노프스키를 원한다"고 외쳤다. '타이틀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만약 정찬성이 오르테가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타이틀 도전권을 획득하게 된다. 오르테가전은 그야말로 타이틀 도전으로 향하는 길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출국 전 인터뷰에서 정찬성은 "다른 경기와 다를 건 없다"며 "이번에도 누구보다도 승리가 간절하며, 케이지 위에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리도 스토리고, 상대도 상대인 만큼 정찬성은 그 어느 때보다 훈련에 집중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등 해외가 아닌 국내에 훈련 캠프를 차렸다. 에디 차 코치와 함께 바비 모펫, 조니 케이스(이상 미국)가 스파링 파트너로 내한해 훈련을 도왔다.
정찬성은 "모두가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던 캠프였기 때문에 미국에서 훈련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오히려 훈련할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오르테가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 시간이 방대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정찬성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저라는 사람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낀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멋진 시합을 보여드리는 것이고, 멋진 시합을 위해 항상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UFC는 대회를 앞두고 정찬성이 출연한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제목은 'ZOMBIE IS BACK(좀비가 돌아왔다)'이다. 영상 속에는 전보다 탄탄해진 몸으로 훈련에 매진하는 정찬성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미트와 샌드백을 향해 끝없이 주먹을 뻗는다. 그리곤 주저앉아서 글러브를 벗으며 카메라를 응시한다. 영상 속 정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과 몸짓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오르테가를 쓰러뜨릴 준비를 마쳤다"고 말이다.
한편, 이 대회에는 미들급 선수인 '아이언 터틀' 박준용(29)도 출전한다. 그의 상대는 존 필립스(스위스).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박준용은 "필립스를 상대로 여우처럼 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