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가장 먼저 받은 국가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처음으로 보고된 내륙의 중심도시 우한은 올해 초 두달 반 동안이나 완전 봉쇄되면서 대륙이 패닉에 빠졌다. 이번 달 초 중국인들의 국경절 황금연휴 대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된 이유이다. 우한을 비롯한 전국 관광지엔 구름 인파가 몰리고 소비가 예년 수준을 능가했다. 마침내 중국이 코로나 악몽을 떨쳐내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경제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잔뜩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켜면서 지난 8월에는 소매판매가 전년동월에 비해 0.5% 증가했다. 비록 1%도 안되는 증가율이지만 올해들어 처음 플러스로 돌아선 만큼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 고용과 실업률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시작된 8일간의 국경절 연휴 동안 국내 여행객은 6억3700만명(연인원)으로 예년의 79% 수준에 달했다. 소매 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 때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 업종에서 가장 늦게 영업재개했던 영화관에도 관객들이 대거 몰리며 흥행작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런 중국의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하며 위안화 가치도 초고속 상승세이다.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 지난 3분기에만 약 4% 가까이 상승했다. 주식과 채권투자 글로벌 자금이 대거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의 주가 전망과 국채 수익률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코로나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 중국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단기간에 거국적인 대응으로 코로나 극복에 성과를 낸 결과이다.
코로나 종식 선언?
중국은 서방 국가들과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큰 충격 없이 넘기고 고속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지정학적 글로벌 파워로서의 위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중국은 전세계 경제성장의 1/3이나 기여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거두고 중국이 경제대국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도 금융위기 직후이다. 2017년 시 주석은 이젠 중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자리잡을 때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금융위기 당시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대한 충격과 파장이 엄청나다. 그리하여 중국이 이번 위기를 다른 국가보다 신속하게 극복해 낸다면 또 한번의 대약진을 위한 날개를 달게되는 셈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미·중간의 심각한 무역갈등에도 불구하고 12년 뒤인 2032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압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16.9%에서 2025년에는 18.1%로 커지고, 미국은 같은 기간 24.1%에서 21.9%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확대되는 가운데 반중(反中) 정서도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다른 국가 기업들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선택이다. 최근 블랙록, 뱅가드, JP모건 등 미국 금융사들은 중국 슈퍼리치를 찾아 본토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영업 중인 미국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겨우 4% 정도 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가 요즘 유독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무엇보다도 조직적이며 그물망식인 방역조치와 경제 재개를 위한 침착한 정책대응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밤샘 공사로 불과 10일 만에 1000개 병상 규모의 훠선산(火神山) 야전 병원을 만들고 4만여명의 민·관·군 의료진을 투입했다. 베이징에서 집단감염이 발발하자 대규모 이동식 핵산검사 시설을 배치해 2300만 인구 절반 이상이 검사를 받게했다. 해외 역유입 방지를 위해 국경지역 감시를 강화하고 공항과 항구를 통한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시설 격리를 실시했다. 봉쇄와 격리, 대규모 핵산 검사 등 3박자 대응으로 코로나 방제에 성공하면서 5월을 기점으로 중국 경제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대미문의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들며 2월부터 8월 사이 통화량을 20%정도 늘렸다. 중국 역시 부양책을 내놓긴 했지만 통화량을 5.2% 늘리는 정도로 미국만큼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경제 재개의 초점을 공장의 우선 가동에 두었다. 쇼핑몰이나 음식점에 비해 방역과 통제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우한에서 처음 발견될 당시 정보를 은폐하는 등 투명성 결여로 세계적인 팬더믹으로 이어졌다는 '중국책임론'으로 시 주석의 입지는 한때 크게 흔들렸지만 이젠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올해 1분기 중국 GDP는 6.8% 하락했으나 2분기엔 3.2% 성장을 기록, 1분기 만에 침체에서 바로 벗어났다. 각종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오는 19일 발표되는 3분기 GDP는 6% 성장 수준에 거의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최근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올해 전체적으로 중국이 2.1% 성장을, 미국은 -4.4% 역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오로지 중국만이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위안화 초강세 이어진다
중국이 코로나19 진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경제가 'V'자형 반등을 보이면서 위안화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중국에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중국 주식과 채권에 몰리면서 위안화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과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최근 미·중간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연초에 비해 2배 이상 벌어졌다. 지난 9일에는 위안화 상승폭이 최대 1.45%에 이르러 달러당 6.6930 위안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5년 위안/달러 페그제가 폐지된 뒤 15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달러당 7위안대를 뚫고 올라가는 등 약세 우려가 컸던 상황과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연준(Fed)의 초저금리 정책을 감안하면 위안화의 강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3~6개월 안에 최대 달러당 6.50위안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위안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의 엔화나 영국의 파운드화 또는 스위스 프랑화처럼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일일 거래량을 보면 프랑화와 파운드화 수준과 맞먹는다. IMF자료에 따르면 세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년 전에 비해 1.4%에서 2,1%까지 올랐지만 60%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화에 비해서는 비교가 안된다.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은 중국 기술기업 옥죄기에 이어 금융거래 차단 카드까지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비해 금융시장 개방을 통한 세계자본의 중국 시장 의존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중국정부가 디지털 통화(DCEP) 출시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환율이 안정될수록 외국인 자금도 몰려들어 위안화는 더 강세가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현상을 보이면서 최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는 다른 국가에 비해 분명 돋보인다. 그렇지만 결코 느긋하게 여유를 가질 상황은 아니다. 수많은 대내외 리스크가 잠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퓨리서치(Pew Research) 센터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14개 주요국가에서 진행된 중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보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이념적,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총력전에 돌입하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줄이고 국내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기술절취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총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EU(유럽연합)는 현재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중국과 EU는 8년째 포괄적투자협정(CAI)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협정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시장 개방과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된 EU의 요구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협상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리하여 중국의 경제개혁에 대한 '슬로 페이스'에 지친 EU가 중국을 향해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U까지 미국의 중국 고립화에 동참한다면 중국 경제의 최대 대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불안 요인 청년실업
중국 경제 내부를 살펴보자. 8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대비 5.6% 늘었다. 작년 12월(6.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정책에 힘입어 8월 자동차 판매도 12%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이 서방세계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외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촉진에 포커스를 두고 경제성장을 독려한 결과이다. 그러나 무려 5.6%나 증가한 8월의 생산에 비해 소비가 0.5% 상승에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코로나 공포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 분석가들은 이러한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 경제의 근본적 문제로 남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업률을 보자. 공식 통계로 중국의 도시지역 실업률은 7월의 5.7%에서 8월 5.6%로 소폭 내려갔지만 중국 정부의 우선과제인 고용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특히 청년 일자리 마련이 여의치 않아 중국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거나 감원을 실시하면서 올해 대졸 취업자들이 일자리 구하는 게 쉽지않다. 올해 중국 대학 졸업생은 작년보다 40만명 늘어난 874만명으로 역대 최대이다. 거기다가 해외에서 유학하다 귀국하여 고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국인 유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8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청년실업문제가 정부의 급선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이중순환 (dual circulation)'이다. 지난 5월 시 주석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은 거대시장과 수요를 최대한 활용하여 수출과 내수가 상호보완적으로 이중순환하는 새로운 경제발전 패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래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정확한 의미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이 지나친 수출주도 경제에서 탈피, 내수 비중을 높이면서 자급자족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글로벌 가치사슬과 경제·금융 시스템과의 일정부분 단절, 즉 디커플링(decoupling)의 길로 나아간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이 외생적 경제 리스크로부터 중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계기로 민족주의를 앞세워 내부문제를 덮고 체제의 우월성 선전에 치우친다면 국제사회의 반감은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에 버금갈 만큼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