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의 주력 브랜드 미샤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 수는 지난 2017년 695개에서 2019년 550개로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701개에서 521개, 토니모리는 679개에서 517개로 그 숫자가 줄어들었다. LG생활건강의 네이처컬렉션은 같은 기간 169개에서 486개로 늘었으나, 더페이스샵 매장은 1056개에서 598개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니스프리는 2017년 1080개에서 2019년 말 920개, 아리따움은 1323개에서 1186개로 줄었다.
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며 온라인 구매가 늘고, 인디 브랜드가 득세한 영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2986억원으로 전년 9조8404억원 대비 25%가량 급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온라인 소비 증가에 더욱 속도가 붙고, 국내 화장품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맹 본사는 생존 전략으로 온라인화에 앞다퉈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강화의 필요성이 큼에도 당장 오프라인을 홀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아리따움 매출에서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하고, 올리브영은 5%였다. 이커머스가 25%, 본사몰인 AP몰이 7%다.
온라인 강화 전략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경쟁하게 해 가맹점주로부터 반발을 샀다.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일부 브랜드는 오프라인 가맹점 공급가보다 저렴하게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혁구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회장은 "본사에서 1만원짜리 제품을 5500원에 공급받는데 온라인에서는 그 이하로 판매할 정도여서 경쟁이 될 수가 없다"며 "30% 세일을 해도 온라인에서 더 싸게 파니 구매하러 오지 않는다. 색깔, 발림성 등을 테스트하러 와서 보기만 하고 간다. 본사의 홍보 창구, 서비스 센터 역할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갈등 끝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가맹점 불공정 거래행위를 이유로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몇몇 브랜드에서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본사 공식몰 판매 수익 일부를 구매자가 설정한 오프라인 매장과 나누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마이샵 제도', 미샤의 '단골매장' 등이 그 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 몰을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하고 올해 두 차례 월세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혁구 회장은 "본사몰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이커머스 채널이 있기 때문에 효율성 없는 사탕발림"이라고 주장했다.
로드숍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가맹점과 상생하는 동시에 온라인 채널을 강화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4월 '김집사'와 수도권 6개 매장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O2O(온·오프라인 연계)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8월에는 기존 미샤 매장에 다른 브랜드 제품을 추가 입점한 '미샤플러스'를 론칭하는 등 오프라인에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로드숍 브랜드의 탈출구는 아직까지 암중모색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 행태가 온라인으로 급속히 전환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특히 가맹점과의 갈등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가맹점과의 원활한 협의 및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고,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