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가까워지면서 분주해진 건 국내 통신사들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인 넷플릭스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 혹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SK텔레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협상은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TV(IPTV) 서비스인 B tv는 영화 월정액 상품 '오션(OCEAN)'을 출시,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모바일 부문을 강화한 것으로 웨이브와의 경쟁 및 중복이 우려됐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서비스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웨이브는 방송 콘텐츠 중심이고, 오션은 영화에 집중한다는 것.
그렇다면 SK텔레콤이 디즈니플러스와 제휴할 경우 웨이브는 어떻게 될까. 이는 단순히 모바일 제휴 상품을 내놓을지, 웨이브를 포함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협업하는 형태로 갈지, 웨이브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유통할지 등 어떤 형태로 제휴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요한 점은 디즈니플러스의 정착 속도가 넷플릭스보다 빠를 것이란 데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서비스를 2016년부터 시작했으나 유료 가입자 수 증가 등 빛을 본 건 2018년 하반기부터다. 봉준호 감독이 참여한 '옥자' 등의 화제작도 있었지만, 낯선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애니메이션부터 영화, 다큐멘터리까지 모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의 풍부한 지적재산권(IP)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팬층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두텁다. 심지어 디즈니 콘텐츠가 빠진 넷플릭스를 해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정도다.
따라서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경우에 따라 웨이브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가 아닌 합작사이기 때문에 지분 및 투자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OTT사업자 간 연합, 그 중에서도 티빙과의 일원화를 바라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SK텔레콤도 디즈니플러스와 웨이브가 각각의 장점을 살려 성장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안고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웨이브는 오는 2024년 상장 및 매출 500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한편, 웨이브는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대현 웨이브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어떤 플랫폼이 들어오더라도 국내 시장은 로컬 콘텐츠 위주고 넷플릭스도 국내 인기순위를 보면 로컬 콘텐츠가 상위권"이라며 "자본 측면에서는 부족하겠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완전히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