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정치학] ①개천절 집회 ‘재인산성’ 논란...한글날도 차벽 예고

2020-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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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차벽은 필요 최소한의 조치 아냐"

지난 3일 경찰이 이른바 ‘재인산성’(차벽)을 통해 개천절 광화문 보수집회를 원천 차단한 가운데 경찰은 오는 9일로 예정된 한글날 집회에서도 차벽을 예고했다.

◆위헌론에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 검거”

7일 김준철 서울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면서 “차량 시위와 10인 미만의 집회도 금지돼 있다. 모두 막을 예정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현장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벽 위헌론’에 대해선 “차벽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고 비례의 원칙을 벗어난 차벽이 위헌이라는 판례”라며 “경찰 조치가 너무 과하지 않으면 차벽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천절 집회 때 집회를 열 거라고 여러 단체에서 공언을 했고, 많은 사람이 모일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차벽을 세웠던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2009년 5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건너편 서울광장에서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를 개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 버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소위 차벽을 세웠다.

헌법재판소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이후 조문객들의 불법·폭력 집회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렀다. 헌재는 “시민들의 통행을 전면 제한한 차벽은 필요 최소한의 조치가 아니다”라며 “집회 방지 필요성이 있다 해도 이를 달성할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밝혔다.

◆與 “정부의 책무” vs 野 “재인산성 구축”

이런 가운데 이날 행정안전부 국감에서 경찰의 차벽 설치를 놓고 여야 간 설전이 이어졌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개천절 집회·시위 관련해 정부는 드라이브스루 차량 시위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운전면허 취소를 언급했다”면서 “경찰은 1만명 넘게 동원해 ‘재인산성’을 구축했다. 이는 경찰청장이 국민을 협박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최소한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권과 헌법상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어떻게 적절하게 조화할지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은 만큼 개천절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기본 책무”라며 “경찰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개천절과 추석 이후 아직까지는 다행스럽게도 우려하는 코로나19 재확산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진영 행안부 장관은 “무관중 원칙을 지키는 운동경기나 공연처럼 집회 장소에서도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면 경찰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광복절 집회에서 문제가 나타나 경찰이 불가피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이 개천절 집회 전 여당 대표에 집회 대응책을 보고한 것과 관련해선 “필요하면 야당에도 그런 설명을 하겠다”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치우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벽'으로 둘러싸인 세종대로.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주변의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병력과 버스로 진입로가 통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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