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는 공정경제 3법의 제도화와 강도를 낮추기 위해 소위 ‘결사항전’의 자세로 나선 상태다.
특히 기업 환경을 옥죄는 입법활동에 대해 ‘더 이상 각개전투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크다.
실제로 그간 주요 경제단체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해 실익을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박 회장은 당시 “각종 경제·규제개혁 입법 촉구를 위해 국회를 16차례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면서 “동물국회, 식물국회, 아수라장 국회라는 말까지 나오며 경제 입법이 막혀 있어 참 답답하다”고 토로하다가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
이번 공정경제 3법에 대해서도 경제단체는 각자 대처하느라 분주했다. 전경련은 권태신 부회장이 앞장서서 지난달 1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긴 회동을 갖고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그간 이들 두 법안의 개정 필요성에 동의해왔고, 큰 틀에서 공정경제 3법에도 호의적이라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좀 더 점잖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난달 21일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하며 공정경제 3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이어 다음날인 22일에는 박 회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잇달아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 회장에게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경총은 좀 더 판을 크게 벌렸다. 지난 6일 이낙연 대표를 경총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주요 기업 CEO들의 우려를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당론으로 정해진 ‘정기국회 내 입법’ 의지를 재차 피력하며 손경식 경총 회장의 속을 태우고 말았다.
이처럼 각개전투로는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마저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커지자, 경총은 5개월 만에 긴급 회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7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경총은 여러 경제단체와의 공동대응을 선언했다. 공정경제 3법 등에 대해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 중인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과 공동전선을 형성해 ‘실력저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손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평가를 불식시키고, 민간시장 시스템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당장 이날 오전 회장단 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경총회관에서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 부회장들이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경영 적신호가 켜진 기업들이 정부의 불필요하고 갑작스러운 규제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그간 개별적으로 움직여온 경제단체들이 공정경제 3법 저지를 위해 모처럼 하나로 뭉쳐 정부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