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이달 중 추진하던 방한 일정을 연기했다. 미·중 외교수장이 잇달아 방한하며 한국이 양국 갈등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양측 고위급 인사가 모두 방한을 미루며 한국으로선 한 시름 덜게 된 셈이다.
다만 전날 일본에서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포위망 구상인 '쿼드(QUAD·비공식안보협의체)' 회의가 열리며 미·중 갈등에 따른 새로운 글로벌 체제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쿼드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쿼드 회의에서는 일본 정부의 제안에 따라 북핵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회의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동중국해,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보다 많은 국가와의 연계 확대 방안에 4개국이 합의했다"며 "쿼드 협력 분야에는 중국 견제 외에 북한 핵·미사일 문제도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매년 정례화하기로 한 쿼드 회의에 한국 정부가 동참할 것을 돌려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안보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참여 없이 북핵 논의가 이뤄지자 '한국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미국에 이어 일본까지 북핵 문제를 고리로 '쿼드 플러스' 구상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한국 정부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주도의 중국 배제 구상인 쿼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가입에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이 방일 일정은 그대로 수행한 채 방한 일정만 취소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는 지난 1년간 미·중 갈등에 대응할 뚜렷한 방안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략조정지원반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단 1건의 기밀문서를 작성했다. 그마저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외교 추진 방향을 담은 보고서로, 미⋅중 갈등 현안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