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사상 처음 적자를 냈던 포스코가 올 3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며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춤했던 전방산업이 살아나면서 포스코가 올 3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기점으로 취임 2년을 넘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본격적으로 ‘운영의 묘’를 살릴 때란 지적이 나온다.
5일 철강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분기 실적 바닥을 찍고 ‘나이키형’ 반등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지난달 말 광양제철소 3고로를 재가동하는 등 전체 가동률이 100%에 이른 것만 봐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포스코 측은 철강 수요가 회복하면서 올해 하반기 철강 판매량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철강 수요가 높아지면서 포스코의 수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된 중국의 철강 수요는 7월과 8월에는 작년보다 10%씩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부터는 열연 기준 중국 수출 가격이 t당 105달러 상승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것도 포스코로선 가격 인상을 이어갈 수 있는 호재다.
4분기까지 성적도 좋을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는 연결 기준으로 올해 4분기 영업이익 615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3% 향상된 수치다. 지난 2분기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1677억원까지 떨어졌는데, 불과 2분기 만에 4배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개선을 기점으로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겐 ‘운영의 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2018년 7월 ‘기업시민(Posco Citizenship)’을 기업 모토로 첫발을 내딛은 최 회장은 당장 내년 3월이 임기 만료다. 시간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진 것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끊임없는 사업의 진화와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미래 트렌드 변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사업의 진화를 추구하면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야만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눈에 띄는 행보는 프리미엄 철강제품에 집중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철강제품을 가리키는 ‘WTP’ 제품 개발을 비롯해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이노빌트’를 통한 건자재 시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다 세계 최초로 친환경 흑연 쾌삭강(PosGRAM)의 양산제품 개발에 성공한 점은 유의미하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포스코케미칼이 지난 7월 포항에 음극재 공장을 준공한 것은 최 회장의 ‘선견지명’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를 동시 생산하는 업체다. 회사 관계자는 최 회장이 사장으로 있던 시절, 포스코케미칼의 전기차 소재 사업 투자가 본격화됐다고 전한다.
최 회장은 또 그룹 내 물류역량을 통합한 신설법인 ‘포스코 GSP(가칭)’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물류 기능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전사적인 원가 절감 정책의 일환인데, 포스코의 지난해 물동량은 계열사를 포함해 약 1억6000만톤에 이른다. 물류비는 약 3조원 규모로 포스코 GSP 설립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발생 상황에서도 감염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며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휴가 중인 직원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을 뿐, 제철소 현장 감염은 발생하지 않아 셧다운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연말까지 최 회장이 운영의 묘를 잘 살려 올 한해 실적을 잘 마무리해야 연임에 진통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