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판정 숨기고 있었다"...알 수 없는 '트럼프 상태', 트위터만 기다려

2020-10-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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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일주일 차이' 아리송한 트럼프 최초 감염일..."배럿 지명식일 수도"

"발설자 누구냐, F워드" 내부에도 '비밀 철저'...지지율 14%P까지 벌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일자를 두고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 감염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 이전에 양성 반응을 받은 사실을 숨겼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외신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트럼프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식 모습을 그래픽 처리해 보도했다. 'P자'와 함께 그래픽 처리된 인물은 코로나19 확진자. [사진=AP·뉴욕타임스(NYT)]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지난 1일 저녁에 이미 자신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WSJ에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 1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과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 코로나19 감염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 절차에 돌입했다고 처음 밝혔다.

이후 같은 날 밤 10시44분 트위터를 통해서도 같은 소식을 전한 후, 2일 새벽 12시54분에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트윗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날 WSJ는 복수의 인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이전인 1일 저녁 이미 신속 감염검사를 통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공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코로나19 감염 검사와 관련해 백악관은 '애봇 라보라토리스'가 개발한 15분 신속 진단 검사 키트를 먼저 실시한 후, 여기서 양성이 나온 경우에만 보다 정확성이 높은 유전자 진단(PCR) 검사를 진행한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와 같은 절차를 따랐으며, 1일 밤 폭스뉴스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감염검사는 1차 신속검사가 아닌 PCR 검사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저지주 베스트민스터에 소재한 골프클럽에서 진행한 모금 행사에 참여했지만, 미열과 기침·코막힘 등의 유사 감기 증상을 호소하며 오후 6시에 예정보다 일찍 백악관으로 귀환했다.

전날인 9월 30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에서의 유세 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통해 백악관에 귀환하면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며 깊이 잠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감염 증상에 해당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 6시 백악관 귀환 직후 신속 감염 검사를 받은 후 PCR 검사 절차까지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리송한 트럼프 감염일..."26일 배럿 지명식일 수도"
현재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측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숀 콘리 백악관 주치의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피하거나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놔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오전 콘리 주치의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지 72시간이 됐다'고 언급했지만,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사실이 공개된 지 3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라,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초 확진 시점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5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식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CNN은 배럿 지명식이 집단 발병지였을 수 있다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포옹이나 볼키스를 나눴으며 백악관의 협소한 공간으로 자리 배치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은 채 서로 밀착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이날 행사 참석자 중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포함한 백악관 상원의원과 트럼프 재선캠프 인사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주인공인 배럿 지명자는 이미 지난 여름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했기에 음성 판정을 받았다. 
 
'F워드' 써가며 발설자 색출 명령...지지율 격차는 14%P까지 벌어져
이와 같이 백악관 측이 불투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극소수의 인사를 제외한 백악관과 재선 캠프 내 최측근에게조차 자신과 주변 인사들의 코로나19 확산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프 힉스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지난 1일 오후 1시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보고했지만, 백악관 측은 저녁 8~9시 블룸버그와 CNN, 폭스뉴스의 보도가 나오기 전 반나절 가까이 이를 숨겼다.

재선 캠프 핵심 인사인 스테피언 선대본부장조차 힉스 보좌관의 감염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았다는 후문이다.

지난 3일에는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우려스럽다'는 백악관 고위 인사의 발언이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병실에서 곧바로 참모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빌어먹을 놈이 그런 말을 했냐"고 따진 후 'F 비속어'(F워드)까지 쓰며 색출 명령을 내렸다. 이후 해당 인사는 메도스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WSJ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서관)에 근무하는 당국자들조차 "공식적인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트위터와 TV보도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개한 NBC와 WSJ의 합동 여론조사(등록 유권자 800명 대상으로 9월 30일~10월 1일 조사, 오차범위 3.46%)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9% 대 53%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14%P(포인트)나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같은 여론조사에서 기록한 8%P 격차가 한 달 만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진행한 첫 TV 토론회 결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사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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