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콘테스트 플랫폼 라우드소싱을 운영하는 ‘라우더스’와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는 지난달 합병 절차를 마무리해 국내 최대 규모 디자인 커뮤니티 ‘스터닝(STUNNING)’으로 재탄생했다. 두 회사는 각각 2011년, 2012년 설립돼 지난 10여 년간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온 ‘장수 스타트업’이다. 라우더스가 진행한 디자인 프로젝트는 1만5000여 건에 달하고, 노트폴리오는 크리에이터 회원 6만 명을 보유한 회사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 합병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김승환 스터닝 대표는 “디자이너의 수익 창출과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입지를 다져왔지만, 두 회사가 합치면 혼자서는 할 수 없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거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밸류 측정 등) 숫자에 대한 합의도 이뤄져야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가 비전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 회사의 가치가 얼마냐는 생각보다는 합병 이후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서비스와 앞으로 커질 파이를 보고 변화하는 선택이 더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창업 초기부터 M&A를 성장 전략으로 선택한 스타트업도 있다. 모두가 배달 산업에 집중할 때 낙후된 B2B 물류 시장을 개척해 무서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로지스팟’이다.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와 공간 기획 전문기업 엔스파이어의 합병 사례는 조금 더 극적이다. 두 회사는 ‘집무실’이라는 개인형 업무 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미팅 3시간 만에 합병을 결정했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와 김성민 엔스파이어 대표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라는 연결점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 스토리는 이렇다. 조 대표가 SK에서 주최한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에 함께 참여할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 공간 기획 분야에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오던 엔스파이어를 찾았다. 로켓펀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업무 공간을 고민했고, 엔스파이어는 사무실과 집 사이 가상의 공간을 브랜딩 해 둔 상태였다. 두 업체는 서로의 비전을 공유했고, 합병을 선택해 집무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조민희 대표는 “김 대표와 예전부터 알고는 지냈지만, 각자의 사업을 하면서 필요할 때 조금씩 도움만 주고받던 사이였다. 친하지도 않았다"며 "공모전에 맞는 파트너를 찾다가 엔스파이어가 집무실이라는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어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간 구성과 활성화 능력은 서로 다른 분야다. 온라인에 강한 로켓펀치와 공간개발 능력이 뛰어난 엔스파이어가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합병은 어려운 선택이지만, 우리는 미팅 3시간 만에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