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약발 안 받은 ‘의대생 구제’ 반대 여론, 전망은?

2020-10-04 15:28
  • 글자크기 설정

전공의·의대 학장·한의계까지 의대생 구제 호소

의료계, 인력 수급 차질 우려…정부 '걱정할 것 없다'

"의협·교수들 책임지고 사과해 여론 달래야"

의과대학생 의사 국가고시 재응시를 놓고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구제'를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 또한 여전히 냉담하다. 이에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갈등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 전공의, 의과대학 학장은 물론 한의학계까지 한목소리로 의대생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광진구 국시원으로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113개 병원 전공의들은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내년에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경우 향후 수년간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큰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의사 수급 부족으로 발생할 국가보건의료체계 위협에 대해서 현실적 대안을 재시하라"고 요구했다.

하루 앞선 29일에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이 모인 단체인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젊은 의대생들이 참여한 단체행동을 진료 불편을 초래한 의사 파업과 분리해 생각해주시고 그 순수함과 진정성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최근 의료계 파업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달라는 뜻이다.

아울러 같은 날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도 논평을 내고 "의대생들만 국시 미응시로 인한 불이익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한 현재 상황은 크게 잘못됐다"며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는 전향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독점을 지키기 위해 총궐기를 주도한 의협이 현 상황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당사자는 의대생들이 아니라 의협"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료 관련 12개 단체가 모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도 의대생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공백을 막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국시를 거부한 2700여명의 4학년 학생들이 내년도에 국시에 응시할 경우 현재 3학년생과 레지던트 자리를 놓고 과도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인기 의료기관과 전공에 대한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온라인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의대생 국시 재응시 문제는 '국민적 동의' 없이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의료계가 문제 삼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5일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이 이(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불공정한 특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적인 양해와 수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추가 시험을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에 대한 여론 또한 여전히 차갑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게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 이날까지 57만명이 넘게 동의한 상태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파업을 주도한 의협이 책임 있는 자세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여론을 돌려야,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협, 전공의 등을 뒤에서 선동한 교수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들이 사과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입장은 의료계가 나서 여론을 돌리고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의협 지도부들이 '나 몰라라' 하고 되려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재응시를 불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가 의대생 국시 재응시를 요구하는 것이 의료 서비스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모순"이라며 "애초부터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논쟁이나 토론을 통해 풀어갈 문제지 의사 파업을 단행하고 시험을 거부할 문제는 아니었다. 의료계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의대생들은 지난달 24일 기존의 '국시 거부' 입장을 바꾸고 국시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달 8일 시작해 5주째에 접어든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