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10월 3일은 독일통일 30주년 되는 날이다. 그때 태어났던 사람들은 이제 만 30살이 되었다. 한 세대를 살아온 셈이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30주년 기념행사들은 대규모 축제보다는 독일의 미래를 준비하는 행사로 치러졌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축제기간을 30일간이나 잡은 것을 보면 30년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가 특별하다. 30년이 지난 오늘의 통일독일. 동·서독 지역 삶의 격차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통일 당시 서독의 20%도 채 되지 않았던 동독지역 주민들의 소득은 서독의 88%까지 올랐다. 신기술 분야에서 강한 중소기업들은 구동독 지역에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구서독의 많은 자본을 동독으로 이전시킨 결과다. 양지역 간 실업률의 격차는 몰라볼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동독 지역은 아직도 서독에 비해 주거여건이나 전문인력 수급, 노동생산성과 같은 투자환경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구동독 지역 제조업 분야 노동자의 1인당 부가가치 창출은 아직도 서독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의 500대 기업 중 동독에 본사를 둔 기업은 36개 정도다. 그래도 구동독 주민들은 독일통일에 만족하고 있다. 동·서독을 심리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거의 모두 사라졌다. 모두가 독일 국민이요,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된 것이다.
독일통일의 30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해마다 독일통일의 날이 되면 우리는 독일통일의 교훈과 시사점을 빠뜨리지 않고 묻는다. 이번 3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른지, 문재인 대통령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독일통일 30주년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의미 있는 날”이라고 전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포츠담에서 열린 통일 엑스포에 직접 참석해 “통일 30주년을 맞아 독일 국민이 느끼는 기쁨과 자부심을 저희도 함께 누리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면서 가졌던 남북관계 개선의 희망과 기대가 멈추어져 있는 지금, 독일통일 30년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지를 묻게 된다. 우리 자신에게 무엇이 독일을 통일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확신이라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통일의 중요성은 통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에 있다. 통일로 가는 길이 우리에게 굳게 자리매김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통일에 이르지 않겠는가.
남북한도 가능한 인적 교류부터 시작해야
남북한도 서로를 연결해야 한다. 연결은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금의 대북 제재 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적인 연결부터 하자. 한국 사회에서 북한 논의는 이념의 전쟁터다. 남북관계가 갖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상대가 북한이라는 데 있다. 북한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북한 적대적 생각과 불인정이 남북문제의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이것을 해소하는 길이 연결이다. 통일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내는 시작점이 연결이다. 남북한이 경계를 초월해 서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태가 되고, 자본과 기술·노동력이 왕래하고, 자유방문과 관광이 가능한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먼저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제도적·정치적 통일은 더 쉽다. 아무 때나 하면 된다. 교류협력의 목표를 사실상의 통일에 두어야 한다. 가족 사이에 방문은커녕 통신도 할 수 없는 그런 단절에 외국 사람들은 놀란다. 믿지를 않는다. 아무리 단절이라고 해도 그것만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규모라도 좋다. 지금 당장 인적인 교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한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운반구가 북한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경계선에서 북한의 차편을 이용하면 된다. 아니 자전거를 타고 가면 어떨까? 북한과 접촉해야 북한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남북한의 인적인 연결은 우리가 원하는 북한을 북한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가져온다. 북한의 비핵화를 오히려 교류협력으로 풀어내자. 정부가 용기를 내어 지금 당장 인적 교류가 가능한 조치를 선언하는 것이 우리가 갖는 독일통일 30년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