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9월 현대오일뱅크에 입사한 강달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로 입사 35년 차의 베테랑 화공인이다. 국내 정유 4사 대표 중 유일한 공대 출신인 강 대표는 충남 대산공장에 생산부문장을 맡는 등 30년 넘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다.
2011년에는 연구개발(R&D) 기능을 통합한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 설립 당시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안전생산본부장을 맡아오다 2018년 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강 대표는 사장 취임 이후에도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새로운 분야와 관련된 학습을 임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형 CEO로 평가받고 있다. 사장 취임 후에도 서울 본사와 대산공장을 번갈아 출근하며 현장을 살뜰히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개선과 혁신에 힘썼고, 기술과 업황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특히 사업 다변화에도 과감한 행보를 이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건립 중인 대산공장 HPC(중질유 분해 복합설비 : 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사업이다.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한 HPC에 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원료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설비로, 나프타 분해설비(NCC)보다 원료 가격이 낮아서 수익성이 높다. 2021년부터 상업 가동을 계획 중인데 HPC에서 생산되는 제품 대부분은 해외에 수출된다. 연간 수출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아로마틱(방향족) 제품 생산시설을 보유해왔다. 내년에 HPC 시설을 통해 올레핀 제품군까지 생산하게 되면서 석유화학 분야의 종합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강 대표는 올해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주유소 사업의 경우 SK네트웍스가 운영해온 306개의 직영주유소(SK엔크린)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월 SK네트웍스와 직영주유소 양수 계약을 체결했고 3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는 두 달여 심사 끝에 5월 말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시장 점유율은 22.2%로 올라섰다.
주유소 업계 1위 SK에너지(26.9%) 다음 순위를 차지한 동시에 점유율 20.5%의 GS칼텍스를 제쳤다. 이번 인수로 현대오일뱅크는 수도권 주유소 개수가 기존 591개에서 750개로 27%나 늘어나 인지도 제고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강 대표는 6월 1일 현대오일뱅크로 간판을 바꿔 단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에서 영업 개시를 축하하고 ‘일일 주유원’으로도 활동했다.
강 대표는 최근 친환경 사업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꾀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맞춰 수소충전소 사업 확대도 이런 맥락이다.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당장 오는 2025년까지 80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180개소, 2040년에는 300개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강 대표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부생수소는 특정 생산공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해, 생산비용 부담이 없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정유·화학업계 최초로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새로운 성장 전략 카드로 꺼낸 것도 강 대표의 친환경 사업 로드맵의 목적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