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3차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이 2011∼2012년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국정원 예산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이른바 '데이비드슨사업'과 '연어사업'에 쓴 혐의는 유죄로 봤다. 데이비드슨사업에는 4억7000여만원과 1만 달러(약 1174만원), 연어사업에는 8만5000달러(약 9980만원)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국고에 납입해야 할 돈을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과 노 전 대통령 측근에 금품 제공 의혹이 있는 해외 도피자를 국내에 압송하는 데 썼다"며 "전직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공개하는 행위는 국정원이 엄격하게 금지한 정치 관여 또는 준비 행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차장이 국정원 차장으로 발탁되기 전까지 범죄 전력 없이 군인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2011년 9월 중국을 방문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2012년 2월 일본을 찾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행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는 무죄로 판단했다. 배우 문성근 등 당시 정부 비판 인사들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 등 나머지 혐의들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두 사람을 미행했다는 업무보고를 넘어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여사와 박 전 시장 미행 등에 가담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은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도 이날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번 결론은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를 엄격히 따진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앞서 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