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술마시고 쾅...코로나 선별단속 악용하는 만취 운전자들

2020-09-2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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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새벽 4시 27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포장마차 거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몰던 20대 남성 A씨가 12명을 들이받고 달아나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시민들이 A씨의 차량을 둘러싸고 움직이게 하지 못하고 있다.[사진=SBS 뉴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음주운전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만취한 운전자들이 무법자처럼 도로를 누비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4시 27분께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인근 포장마차 거리에서 K3 승용차를 몰던 20대 운전자 A씨가 행인들을 치고 달아나다 붙잡혔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의 한 포장마차 거리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승용차를 몰고 달려들어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내고 도주하던 차량은 주변에 있던 시민 수십 명이 몰려들어 사고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의 차량에 함께 탄 동승자 3명도 음주 방조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A씨가 사고를 내고 달아나는 장면은 포장마차 문화를 소개하던 한 유튜버가 진행하던 실시간 방송에 그대로 생중계됐다. 

A씨는 지나가던 행인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포장마차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까지 치고 달아났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A씨의 차량을 둘러싸고 경찰이 올 때까지 이들을 붙잡아뒀다.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음주운전 사고가 날이 갈수록 끊이질 않는다", "코로나 때문에 음주단속이 뜸해졌다고 하는데 그게 이유인가", "음주운전은 무관용", "이 시간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술을 먹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사회적 거리두기 나만 지키는 느낌이다" 등 분노를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지만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호흡 측정으로 인한 감염 우려로 음주운전 단속이 일제 검문식에서 조금 완화된 선별단속으로 바뀐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상습음주운전자 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1~8월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에 접수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4627건으로 지난해 전체 음주운전 사고 3787건을 이미 넘어섰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비율도 높아졌다. 지난해엔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면허취소자 비율이 전체 운전면허 취소자 중 36.6%로 직전연도 대비 18%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음주운전 면허 취소자 비율이 전체의 45.2%로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의 증가는 참혹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가해자인 20대 여성이 구속심사를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5시 30분께 경기 시흥시 시화방조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앞차를 들이받고 튕겨져 나가 인근 토스트 가게 앞에 서있던 행인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행인이 사망했고, 가게 업주 등 내부에 있던 2명도 다리가 골절되는 등 부상을 입었다.

지난 6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는 만취한 50대 남성이 승용차를 몰다 가로등을 들이받아 가로등이 쓰러지며 6세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남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0시 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한 편도 2차로에서 만취한 30대 여성이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40대 남성의 벤츠 차량을 몰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로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인 30대 여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고로 사망한 50대 가장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가정에 닥친 비극이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 없는 아버지를 위해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6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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