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점은 이들이 각자가 보유한 광범위한 스마트폰 기반 네트워크와 I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동차 정비’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 티몰에 ‘정비소’ 운영… 텐센트 9년전 자동차정비 온·오프라인 플랫폼 ‘투후’ 열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왕빙씨는 지난 8월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사이트 ‘티몰’에 새로운 정비소를 열었다. 티몰 정비소란 소비자가 웹사이트를 통해 자동차 정비를 예약하고 결제한 뒤 실제 정비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자동차정비 중개업체’다.
왕빙씨에 따르면 그는 티몰 정비소 개설을 위해 44만 달러(약 5억1000만원)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앞으로 3년간 알리바바에 2만2000달러를 지불하고, 6개월 후부터는 수익의 15%를 중개 수수료 격으로 지불해야 한다.
만만찮은 비용이지만, 그는 플랫폼 운영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는 “모든 게 스마트폰으로부터 시작되는 세상에서는 그만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프라인 정비소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티몰 정비소가 더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정비소가 티몰에만 있는 건 아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투후’도 온라인 정비소다.
투후는 텐센트가 일찍이 2011년 상하이를 거점으로 설립한 자동차정비 스타트업이다. 모바일 앱이나 ‘중국 국민 메신저’ 위챗을 통해 정비 예약을 마친 뒤, 오프라인 투후 정비소에서 정비가 가능하다.
투후 관계자는 “투후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정비를 연계한 최초의 업체”라며 “9년 전 출시한 이후 현재 약 5200만명의 사용자 기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외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도 징둥 오토모티브를 통해 자동차정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징둥 측은 “현재 1000개 온라인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3년 내 약 4000개로 정비소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자동차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도 지난 2018년 자동차정비 부문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10억 달러를 투자한 후 정비 서비스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 IT 공룡들이 자동차정비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밝은 시장 전망 때문이다. 중국 쳰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내 보유 차량 수는 2억7000만대로, 2억8000만대인 미국을 곧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차량 연식은 평균 6년차에 접어들었다.
WSJ은 “7년 전만 해도 중국의 차량 평균 연식은 3.5년이었지만, 지난해 기준 차량 연식은 5.4년이 됐다”며 “일반적으로 차량 연식이 6년가량이 됐을 때 타이어 교체 등을 비롯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량 대수가 점차 증가하고 노후화도 진행되면서 자동차 정비 산업 규모도 이에 걸맞게 커지고 있다.
첸잔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자동차정비 시장 운영상황 및 투자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정비 시장은 2016년 이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6년 4490억 위안(약 77조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70억 위안으로 늘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중국 자동차정비 시장 규모를 5240억 달러로 전망했다. 우리돈으로 무려 600조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비 산업과 관계가 깊은 부품사업도 ‘블루오션’이다. 현재 중국 내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는 약 50만 곳인데 전국적인 체인점은 아직 없다. 시장 구성이 분산돼 있어 집중도가 낮고, 경쟁도 치열하지 않다. IT기업들이 각 플랫폼에서 부품 판매에 서두르는 이유다.
게다가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광범위한 자사의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WSJ은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자동차 정비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려 한다”며 “중국 내 자동차정비소는 현재 약 60만 곳에 달하는데, 이 중 다수가 알리바바·텐센트뿐 아니라 다수 모바일 플랫폼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플랫폼에서는 검색, 예약, 결제까지 모든 게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7억4800만명에 달한다. 올해는 7억8100만명, 2023년에는 8억68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초기 비용 많이 드는 플랫폼 사용료에 ‘대기업 횡포’ 지적도
다만 이 같은 IT기업들의 자동차정비 시장 진출이 ‘대기업의 횡포’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많아 ‘자동차 마을’이라고 불리는 베이징시 스바리뎬(十八里店)에서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는 왕팅쑹씨는 “최근 들어 장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젋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기업과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과 연계를 위해 들어가는 초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업체들은 IT기업들과 협력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WSJ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소규모 자동차정비 독립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왕씨는 "처음에는 대기업이 식당과 미용실 사업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동차 정비소까지 들어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