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파업 변해야 산다-상] 부품사들의 호소 “임계점 도달, 올해도 파업하면 다 죽는다”

2020-09-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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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협신회 군산공장 폐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서 한 목소리 “이미 한계점”

“공장만 정상 가동되면 희망 있어... 생산적 논의 필요”

30년이 넘는 우리나라 완성차 노조의 역사는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파업으로 점철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중단 등 경제적 손실은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코로나19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마찬가지 상황이다. 현실화되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의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와중에 한국지엠(GM)이 ‘임금 교섭주기 2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성사될 경우 완성차 노조의 역사가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주>

“매년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는 완성차 노조의 파업은 관습적인 측면이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사측도 노조의 높은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며 상생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경제 성장률 속에서 상생하기 위해서는 교섭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 임금 교섭주기 2년이 그 불씨가 되길 바란다.”

지난 18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승 다성 사장, 노호철 KM&I 사장, 조경희 천일엔지니어링 사장 등 국내 완성차 주요 부품 협력사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말이다. 우리나라 완성차 노조 파업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국지엠 협신회 군산공장 폐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서 한 목소리 “이미 한계점”
한국지엠의 부품협력사들 모임인 협신회 임원들이기도 한 이들 사장단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여 공식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것은 2018년 한국지엠 전국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급박하다는 뜻이다.

협신회 회장인 문 사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내 부품사들이 위기의 한계점에 다다랐다”며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도 느낄 수 없었던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협신회가 이날 기자들의 인터뷰에 이례적으로 응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지엠은 노조에 임금교섭 주기를 현재 1년 단위에서 2년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국내 자동차 기업 중 임금교섭 주기 조정을 제안한 최초 사례다. 협신회는 이번 협상이 결렬돼 공장이 다시 멈추어 선다면 회생할 수 없는 기업이 한국지엠 협력사 300여곳 가운데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 사장은 “코로나19를 예상하지 못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부품 협력사 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이들을 포함해 한국지엠의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협신회 회원사 약 15%가량이 파업 시 가장 먼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감소한 162만7534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상반기(152만9553대) 이래 11년 만의 최저 생산량이다.

특히 한국지엠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0.9% 감소한 15만9426대를 판매, 2004년(14만8254대)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위축으로 수출이 중심인 한국지엠이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공장만 정상 가동되면 희망 있어... 생산적 논의 필요”
그럼에도 공장만 지속적으로 가동된다면 살아날 길이 있을 것으로 부품 협력사들은 보고 있다.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블레이저’ 등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문 사장은 “올해 생산 목표는 맞추기 어렵지만, 하반기에라도 상반기 줄었던 부분을 만회해야 한다”며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살아날 길이 없어, 생존을 위해 한국지엠 노사가 원만히 임금교섭을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협신회 대표들은 이를 위해 노사가 한 걸음씩 양보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과거 관습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달라는 주장이다.

노 사장은 “우리나라 완성차 임금교섭을 보면 처음에 서로 도달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며 “실제로 기대하지 않으면서 그 큰 격차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며칠씩 이어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이 얼마나 났고 매출이 얼마나 커졌고 이런 부분들을 중심으로 서로 생산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 임금협상은 이 같은 부분이 미진하다”고 덧붙였다.

허 사장도 “고성장 시대의 문화를 계속해서 답습하면 모든 관계자가 피해를 본다”며 “과거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는 변화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이번 위기만 벗어난다면 국내 협력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생산 품질 등 글로벌 경쟁력이 그 근거다.

문 사장은 “지엠은 매년 1만여개 협력사 가운데 100개 정도의 우수협력체를 선정한다”며 “이 가운데 30곳 내외의 국내 부품업체가 매년 포함된다”며 “어마어마한 숫자로 다른 국내 완성차 부품 협력사들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내연기관차 중심이라고 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를 위한 준비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사 문제만 개선되면 이들 기술력과 생산력의 시너지로 국내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성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노호철 KM&I 사장, 문승 다성 사장, 조경희 천일엔지니어링 사장 등 국내 완성차 주요 부품 협력사 지난 18일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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