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0%대인데…예금금리 더 낮아진다

2020-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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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특약서 우대금리 값 제외

NH농협, 중도해지이율 하향 조정

[사진=연합뉴스]


이미 0%대로 내려온 은행 예·적금 금리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인하하거나 중도해지이율 하향 조정을 예고하면서다. 주거래통장으로 쓰이는 보통예금을 통폐합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곳도 있다. 초저금리에 수익성이 악화하며 수신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주요 예·적금 상품 특약에 명시된 우대금리 수치를 최근 삭제했다. 종전에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0.3%포인트 우대이율을 적용한다'라는 특약을 '신규가입일 당시 당행 홈페이지에 게시한 우대이율을 적용한다'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정기적금 22종 및 정기예금 4종 등 수신상품 총 26종이 대상이며, 특약 변경은 다음달 12일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국민은행은 우대금리 조정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사실상 수신금리 인하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낮아질 대로 낮아진 기본금리를 추가 인하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우대금리를 하향 조정해 실질금리를 낮추려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우대금리가 보다 쉽게 오를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환경에서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연 0.5%까지 떨어지자 주요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은행에서 1%대 상품은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7월 현재 0.94%로,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내려앉았다.
 

[그래픽=아주경제]


중도해지이율을 인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 5일부터 일부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수신상품에 대한 중도해지이율 산식을 변경해 적용한다. 가입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해지할 경우 종전 산식(약정금리×일정 비율)에서 '경과월수÷계약월수'를 곱한 값을 금리로 제공하는 점이 핵심이다.

예컨대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가입한 지 8개월이 된 시점에 해지하면 기존엔 약정금리의 60%에 해당하는 금리를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40%(60%×8개월÷12개월)만 제공된다. 이밖에 가입 후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할 때 주어지던 최고 금리는 종전 0.2%에서 0.1%로 하향 조정한다.

은행들은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신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금리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일 1.360%에서 이달 11일 0.926%로 43.4bp(1bp=0.01%포인트) 급락했으며, 2018년 말일(1.817%)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년 반 만에 20bp 안팎으로 하락하며 2분기 현재 1%대 중반선까지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은 보통예금까지 통폐합하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던 '주거래 S20 통장'을 지난 7월 단종했다. 대표적인 저(低)원가성 상품인 보통예금은 금리가 0.1~0.2%에 불과하지만, 고객을 묶어두기 위해 일정 요건을 채우면 높은 금리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자마진 수익이 떨어지자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의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수신금리 인하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 코로나19로 인한 이자상환유예 연장 등으로 이자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며 "금융사 간 수수료 경쟁으로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수신금리 인하로 이자비용을 줄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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