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정부의 공식적인 경기 판단을 보여준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줄곧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확대되거나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해왔다. 2월호에서는 '경제 회복의 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표현했으나 3월에는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 4월호는 '어려움이 확대되는 모습', 5월호는 '실물경제 하방위험 확대' 등으로 표현하며 위험을 경고했다.
6월호에서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과 5월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으로 소비가 다소 살아나자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완화됐다'는 긍정적 분석을 내놨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달까지는 3분기 반등을 예상했던 게 사실이지만 8월 중순 이후 대면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그린북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카드 국내승인액은 3월(-4.3%)과 4월(-5.7%)에는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5월(5.3%)과 6월(9.3%), 7월(4.8%), 8월(3.4%)에는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6월에 전년 대비 증가율이 정점을 찍은 후 증가 폭은 둔화되는 추세다. 특히 8월 넷째 주에는 -3.3% 감소로 돌아섰으며, 9월 첫째 주에도 카드 승인액은 -2.2%를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줄었으며, 온라인 매출액은 35.5% 늘었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10.7% 증가했지만 6월(44.9%)과 7월(11.7%)에 비해서는 증가 폭이 축소됐다.
소비심리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 70.8로 저점을 찍은 후 8월에는 88.2로 회복됐다.
기재부는 "8월 소매판매는 온라인 매출액 증가, 소비심리 개선은 긍정적 요인으로,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과 백화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을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8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7월의 -7.1% 대비 감소 폭은 커졌다.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8월 18억7000만달러에서 올해 8월에는 18억달러로 3.8% 하락했다.
8월 취업자는 서비스업, 건설업 등의 감소폭이 축소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27만4000명 감소했다. 실업률은 3.1%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장마와 집중호우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지난해보다 0.7%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8% 올랐다.
8월 국내 금융시장은 대내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은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국채발행 증가 가능성으로 상승했다.
주택시장은 8월 중 매매가격 상승폭은 전월대비 0.47% 올라 7월달의 0.61% 상승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다만 전세가격 상승 폭은 7월의 0.32%에서 8월에는 0.44%로 확대됐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실물지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산 지속으로 개선 속도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저한 방역대응에 만전을 기하면서 4차 추경과 '긴급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피해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경기보강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