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의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하는 성대한 자축 파티를 벌였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공산당과 사회주의의 우수성이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제 우위와 투명한 방역을 강조하고 책임 있는 대국을 자임하는 등 서방 세계의 심기도 건드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냉전과 진영 경쟁이 더 불을 뿜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전원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유공자에 대한 표창 대회가 열렸다.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수훈했다.
우한 방역을 이끈 장보리(張伯禮) 중국공정원 원사와 우한 진인탄(金銀潭)병원의 장딩위(張定宇) 원장,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공을 세운 천웨이(陳薇) 중국공정원 원사는 '인민 영웅' 칭호를 받았다.
중국중앙방송(CCTV)과 신화통신 등 주요 관영 매체는 이날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더라도 중국 전역에 생방송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번 행사가 갖는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 16일 이후 3주 넘게 본토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2분기 3.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사회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중이다.
이날 행사는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자리였다.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지난 8개월여 동안 코로나19에 맞서 투쟁을 벌였다"며 "거대한 노력을 쏟아부은 끝에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발병한 지) 3개월여 만에 후베이성과 우한에서 결정적 성과를 거두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정신과 역량, 책임감을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공산당의 영도와 당에 대한 인민의 옹호·지지가 있었기에 중국은 홍수·사스·지진을 막아내고 위기와 변국에 대응했으며 이번 전염병과의 투쟁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내부 결속 다지기 노림수 엿보여
시 주석은 연설 중 의료진과 인민해방군, 경찰, 교사, 언론인 등은 물론 배달원까지 언급하며 "모든 인민 계층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 등 젊은층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동했다"며 중화 민족의 희망이라고 치켜세웠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내부 결속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설 도중 "러간몐(熱干面·우한 전통 면 요리), 힘내라"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코로나19로 최대 피해를 입은 우한을 격려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인민이 주인인 사회주의 국가"라며 "태어난 지 이틀도 안 된 신생아부터 100세가 넘은 노인까지 모두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국면과 고난·도전도 이겨낼 수 있다"며 "중국인이라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자"고 주문했다.
관영 매체는 용비어천가로 화답했다. 신화통신은 우한 봉쇄 등을 시 주석의 과감한 용단으로 평가하며 "이 결정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우유부단하면 혼란을 초래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당의 책임감이 필승의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체제 우위 강조, 신냉전 격화할 듯
시 주석은 연설 내내 서방 세계와의 체제 경쟁에서 앞섰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과 중화 민족의 역량이 드러났다"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고난에 직면했을 때 비범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등이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도 반박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공개적이고 투명했다"며 "세계 각국에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32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200여개국에 방역 물자를 지원하는 등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소임도 다했다고 강변했다.
시 주석은 "경제 발전이 안정되고 생산도 회복돼 주요국 중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며 "중국의 강대한 회복 능력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주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여파에 신음하고 있는 서방 세계에 부정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인류 운명 공동체와 다자주의 등을 역설하며 반미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유럽 등의 지지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추진 중인 '백신 외교' 등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신냉전이나 진영 간 대결이 더 격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