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맞은 '여성 일자리'...日 잠재성장률까지 낮출 수 있어

2020-09-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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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 내 일자리 87만개 증발

남성이 더 많이 해고됐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정반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일본 기업들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여성 일자리'가 더 강력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봉쇄 조치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호텔과 식당,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8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업종은 상대적으로 여성 종사자가 많아 여성들의 일자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프=NAR 캡처]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서비스업과 소매업 부문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다. 정부가 앞장서 상점과 식당에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휴업을 요청한 탓이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이후 잠잠해졌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지난달 몇몇 지자체들은 번화가에서 영업 중인 노점과 노래방 등에 휴업이나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도쿄도와 오사카부, 아이치현 등에 일부 지자체는 지난달 번화가에서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이나 노래방에 휴업이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단축하라고 요청했다. 일본 내 최대 감염지역인 도쿄도에서만 약 4만개의 사업장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일본 내 확산세가 다소 줄었지만, 일자리에 미친 타격은 컸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호텔 및 숙박업과 음식·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일본의 여성 근로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만명 줄었다. 또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업이나 레저업에서는 14만명, 도·소매업에서는 11만명의 여성 근로자 일자리를 잃었다. 반면 이 업종 전체에서 일자리를 잃은 남성 근로자는 10만명에 불과했다.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는 데는 이 업종 근로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서다. 특히 대다수 여성이 시간제 근로자로 계약돼 있어 비교적 해고하기 쉬운 구조도 한몫한다고 NAR는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여성 근로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정반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주로 남성이 근무하는 제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당시에는 남성 근로자가 더 많이 해고됐었다.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의 나가하마 도시히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해고됐던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부터 2009년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본 남성들이 주로 근무하는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성 근로자들이 맞닥뜨린 노동시장 한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전자 상거래 분야가 커지고 셀프 계산대가 늘어나면서 여성 일자리를 더욱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나가하마 이코노미스트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는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더해지면서 노동시장을 강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코로나19발 여성 일자리 감소가 일본 경제 전체를 쪼그라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지난 7년 동안 일본 내 노동시장 규모는 약 500만명 늘었다. 그러나 팬데믹 여파로 노동력에 포함되는 여성 근로자 수가 줄어들면서 일본의 잠재성장률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프=NAR 캡처]

이런 문제는 일본을 넘어 세계 각국에서 목격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근로자의 약 40%가 팬데믹에 타격을 입은 식품·서비스업, 소매업 등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 7월 미국의 여성 근로자 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일자리는 7.3% 줄어든 것에 비해 타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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