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버리하니까 죽었지" 전사 미군 비하로 1주일 만에 궁지 몰린 트럼프

2020-09-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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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 호구놈들" 비에 머리 헝클어진다며 묘지 참배 거부

'삼색대응' 트럼프 극구 부인·백악관 패닉·바이든 적극 공세

"내가 왜 그 패배자들로 가득 찬 묘지에 가야하지?"
(2018년 프랑스 방문 당시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일정 취소를 요구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사람 참 똑똑한데, 군에는 뭐하러 들어갔지?"
(2017년 당시 조 던포드 미군 합동 참모 본부장의 브리핑을 들은 후 트럼프 대통령)

"(다리 절단 상이군인을 가리키며) 아무도 그런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2018년 백악관의 군사 퍼레이드 기획안에서 이들의 행진 제외를 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전 용사를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당대회로 지지율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궁지에 몰렸다. 군 관계자들의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부랴부랴 사태를 진화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거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미국 워싱턴DC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을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어리버리하니까 죽었지...비에 머리 헝클어진다" 전사자 참배 거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저명한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동안 반복적으로 미군 전사자·상이군인·군 관계자들을 '패배자들(losers)', '호구들(suckers)' 등의 원색적인 욕설로 폄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군인과 안보 보수층이 중요 지지 기반임에도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저열한 표현으로 군을 묘욕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프랑스 벨로의 앤마른 미군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하고 파리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 머물렀다.

앤마른 묘지는 1918년 6월 '벨로 숲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사망자 1800여명의 유해가 안장된 곳으로, 벨로 숲 전투는 미국 해병대가 26일간의 혈투 끝에 파리로 진격하던 독일군을 격퇴한 유명한 전투다.

당시 백악관은 악천후로 미국 비밀경호국(SS)이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의 비행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애틀랜틱이 보도한 속사정은 전혀 달랐다.

복수의 소식통들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리던 비로 머리가 헝클어질 것을 걱정하며 묘지에 가기 싫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측근들에게 "내가 왜 패배자로 가득 차 있는 그 묘지에 가야하느냐?"고 반문하며 "이들 해병대가 호구들이었으니까 거기서 죽은 것"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에선 누가 좋은 사람이었나"면서 "미국이 왜 동맹국의 편에서 전쟁에 참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물질 중심적인'(material-focused) 사고 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면서 "금전적 대가를 약속하지 않는 행동은 의미가 없고, 똑똑해도 부자가 되기를 추구하지 않는 이들은 '패배자'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는 극구 부인·백악관은 패닉·바이든은 적극 공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틀랜틱의 보도가 나오자 마자 황급히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발언에선 "내게 그들은 절대적인 영웅들"이라며 군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면서 관련 영상까지 게시한 상태다.

그는 이어 해당 기사를 쓴 제프리 골드버그 기자를 "징그러운(slimeball) 급진좌파"로 규정하곤 "급진좌파들은 이기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은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했고 참모들은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또한 신문은 백악관 측은 이번 사건을 트럼프와 사이가 틀어진 전 참모들이 터뜨릴 폭로전의 서막으로 받아들이며 우려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대선 상대편인 미국 민주당 역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델라웨어주 웰밍턴에서 연설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2015년 암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의 이라크전 참전 경력을 거론하면서 "내아들은 호구가 아니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자식을, 남편을, 아내를 보냈던 사람들은 기분이 어떻겠나"며 기사에서 알려진 트럼프의 발언들을 "역겹다"고 표현했다.

이후 바이든 캠프는 "우리 장병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들을 이끌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용사 비하발언을 모은 영상광고도 즉시 내놓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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