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호는 SH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공급하는 임대주택 브랜드다. 기자는 청년을 위해 마련된 전용면적 26㎡ 원룸에서 머물렀다. 4층에서 지냈던 터라 가까운 옥상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곳 풍경은 퇴거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북악산자락과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풍은 후텁지근한 공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가게 해줬다.
조용하고 넉넉한 내 공간...보행자 위한 교통 인프라는 부족
집안 내부는 홀로살이에 나쁘지 않은 크기였다. 침대나 옷장 등 가구를 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베란다를 빨래건조나 짐보관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베란다 등 서비스공간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에어컨이나 책상·의자, 냉장고 등이 옵션으로 제공되므로, 옷을 보관할 행어나 침대만 들여오면 당장 입주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군데군데 수납할 공간도 많았다. 냉장고와 에어컨은 청년과 신혼부부용 모두에 기본으로 탑재되며, 책상과 의자는 청년용 기본 옵션이다.
단지에서 버스정류장이나 역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교통 인프라가 차량 위주라서다. 보행자들은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육교를 건너거나 비좁은 보도블럭, 때로는 찻길을 이용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게 과연 적합한 입지일까하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현재 하늘마루에 입주한 영·유아는 단 1명뿐이다.
기자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I모빌딩까지 가려면 단지 주변 청덕초교 버스정류장에서 1020번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달려야 한다. 지옥의 출퇴근 시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하기 위해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지만, 하늘마루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주로 버스를 이용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이 만만치 않아서다.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으로, 도보로는 19분이 소요된다. 4호선 길음역까지는 걸어서 39분이 걸린다.
교통상황은 하늘마루 입주 예정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최근 예비 입주자(3차)로 뽑힌 A씨는 "교통이 가장 우려되고, 붙박이장이 없어 (장을 놓으면 내부가) 좁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혹시 이런 불편함 때문에 예비 3차까지 기회가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렴한 임대료...필요한 것만 채워주는 단지내 부대시설
하늘마루는 성북구 정릉동 894-22 일원, 예전 스카이아파트가 있던 자리에 입지해 있다. 대지면적 5619.12㎡에 3개 동, 최고 4층, 총 166가구 규모로 들어섰다. 분양면적은 △19㎡ 58가구 △22㎡ 47가구 △26㎡ 21가구 △26(S)㎡ 15가구 △36㎡ 25가구 등이다.
임대 보증금은 2820만원에서 6240만원까지, 월 임대료는 11만원에서 24만5000원까지다. 보증금을 늘리면 월세가 줄고, 보증금을 줄이면 월세가 늘어나는 구조다. 아직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리비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관리사무소 측은 "입주 완료 후 최소 6개월은 지나야 관리비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며 "(기존) 아파트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안내했다.
방의 크기나 서비스면적 등을 감안하면,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다. 인근 J공인 대표는 "주변 4~5평짜리 신축 원룸 전세는 보증금이 7000만원 정도 된다"며 "보증금 300만원에 48만원, 500만원에 30만~35만원짜리 월세도 있다. 베란다 등 서비스공간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지내 부대시설은 △경로당(연면적 108.74㎡) △공동육아방(연면적 73.01㎡) △코인세탁실 및 주민편의시설1·2(연면적 81.62㎡) △주민카페(연면적 96.58㎡) 등으로 나뉘어 있다. 모두 임차인대표회의가 꾸려져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아직 임대위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임차인이 80% 이상 채워져야 임대위가 꾸려지는데, 현재 하늘마루 입주율은 72%가량 된다.
지하 주차장(71대·2164.89㎡)에는 가구당 0.4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고, 군데군데 자전거 주차장도 마련된 모습이었다. 총 30대가량을 거치할 수 있게 돼 있고, 임대위가 협의를 거쳐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
주민카페와 공동육아방은 한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넓었다. 주민카페 안쪽에는 독립된 룸이 하나 있는데, 회의실이나 스터디룸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공동육아방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데, 교사 등은 따로 상주하지 않는다. 입구의 오른편은 어린이 동화책이 채우고 있으며, 정면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볼풀이 있다. 왼편에는 공부방이나 수면실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방 두 칸이 나란히 마련됐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주민운동공간(건강증진마당) △놀이터(맘스카페) △가든팜(텃밭) △휴게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주민운동공간은 몇 가지 운동시설과 공터로 이뤄져 있는데, 기자는 저녁이면 이곳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