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정책고객' 면담 나서지만…효과는 '글쎄'

2020-09-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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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장관,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대한적십자사 예방

남북 교착국면, 민간 주도 인도적 교류로 해법 마련 구상인 듯

北 코로나 여파 외부지원 거부, 南 민간교류 응답 여부 불투명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위기에도 정책고객들과 연이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장관 취임 상견례 목적으로 주요 인사들을 만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청취하는 동시에 대북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면담이 진행될수록 꽉 막힌 남북 관계를 풀 해법을 찾기보단 이 장관이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늘고, 이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듯하다.

현재 북한이 당국 간 대화는 절대적으로 무시·거부하는 만큼 이 장관은 민간을 통한 인도적 협력으로 해법을 찾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앞세워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함에 따라 이마저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이산가족 영상 편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은 2일 오후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을 만나 이번 추석을 계기로 남북이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라도 시작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신 회장 예방 전 적십자사에 마련된 화상상봉장을 둘러봤다면서 “요즘처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대에 화상 상봉은 어쩌면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추석을 계기로 저는 화상 상봉이라도 시작해서 물꼬가 열렸으면 한다”며 “화상 상봉과 관련해 (통일부도) 이런저런 대비를 하고 있는데 평양에서 마음만 먹으면 그쪽으로 장비가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하루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꿈으로 살아가는 많은 어르신, 이산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이라도 전해드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적십자사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 정부의 도움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면서 연락할 방법조차 없어지고 굉장히 답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비공식적 채널을 이용한 접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양쪽의 적십자가 만나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전체적인 재난재해 구호 논의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방문하여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 회장은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쪽에서 가족을 찾지 못한 경우라도 고향 땅이라도 한번 밟아보고, 그것마저도 안 된다면 돌아가신 뒤에서 유해가 그 동네에 가서 묻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산가족 외에도 감염병 공동 대응 방법 등을 통해 남과 북이 서로 건강해지는 계기가 적십자로부터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정부 부처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이 장관은 “생명공동체, 건강공동체를 향한 보건·의료·방역의 마중물이 돼 주신다면 정부 부처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뒤에 있고 민간이 먼저 나서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북한이 당국 간의 만남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민간이 먼저 나서주기를 요청한 셈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왼쪽)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를 방문하여 이홍정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도 남북 종교 간 지속된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 물꼬가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제재와 무관한 인적·물적 교류의 재개를 위해 NCCK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등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접촉과 만남을 이어가고, 공동기도회나 공동보도문 발표 등 종교 간 교류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코로나19 등 북한 내부 사정상 지금 당장 대화의 문을 열고 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 본다”면서도 “북한에 도움이 되는 보건·의료나 방역과 같은 인도적 협력사업과 종교계 민간교류 분야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사업이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는 “북한에서 물자 반입 검사 때 한국 물품이면 무조건 안 받는다는 소리도 있다”면서 정부의 민간주도 남북 관계 개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 장관은 이 NCCK 총무와의 만남에서 ‘한·미워킹그룹 2.0버전 시대’를 재차 언급했다.

이 총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하는 토대는 남북의 자주적 평화공조”라면서 “한·미동맹이 남북의 평화를 중재하는 역할로 성격을 변화해야 하고, 한·미워킹그룹도 국제적 제재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하는 성격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남남 갈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냉전의식의 해소와 평화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장관은 북·미 관계는 북·미 관계대로, 남북 관계는 남북 관계로 풀자고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한·미 관계가 어느 시점에선가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서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제재를 풀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운영이나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촉진하는 쪽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워킹그룹 2.0 버전 시대’를 열어가자고 밝히 바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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