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보고]영원한 어머니의 땅...메콩델타의 중심을 가다

2020-08-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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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교부-한국대사관 공동 주관...껀터시, 허우장성 등 방문

‘쌀, 새우 그리고 여성’ 풍요의 상징...연 평균 6% 꾸준한 성장세

태광, CJ 등 일부기업 진출...“한국과 메콩지역 협력강화 위해 노력할 것”

껀터 상공 아래로 보이는 메콩델타 지역.[사진=김태언 기자]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약 1800km.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항공편이 2시간 내달리자 베트남 최남단의 중앙직할시인 껀터(Can tho) 상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창문 넘어 한눈에 담긴 끝도 없는 푸른 논과 경작지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왜 이곳이 ‘어머니의 땅’이자 ‘풍요의 땅’으로 불리는 메콩 삼각주(메콩델타)인지 그대로 말해주는 풍경이었다.

박노완 주베트남대사관 한국대사는 “메콩델타는 베트남 쌀과 새우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라며 “베트남 정부도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곳을 중요 지역으로 설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껀터시는 이러한 메콩델타 지역의 관문이자 중심이 되는 도시”라고 귀띔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유관기관, 한국 기업들이 한데 모여 모처럼 베트남 남부지역 방문에 나섰다. 지난 18~20일 사이 진행된 이번 방문에는 베트남 외교부의 레화이짱(Le Hoai Trang) 차관과 동북아국도 함께 동행하면서 허우장성, 껀더시, 메콩델타 수해지역, 태광껀터, 한베돌봄센터 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허우장성 "지역의 우수 농산물...임가공 통해 부가가치 생산에 주력할 것"
 

18일 한국대표단과 허우장성 인민위원회의 간담회가 허우장성 청사에서 열리고 있다.[사진=김태언 기자]

레티엔짜우(Le Tien Chau) 허우장성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한국대표단의 첫 방문을 기쁘게 환영한다”면서 “허우장성의 강점은 쌀, 수산물, 사탕수수 분야에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자라나는 쌀은 메콩델타 지역에서도 품질이 우수해 높은 단가에 수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원재료를 생산해 주로 수출하는데 그치고 있지만, 점차 농수산 임가공에 방점을 둘 것이라면서 관련 한국 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기술협력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허우장성은 원래 껀터시와 동일한 행정구역이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 2003년 베트남 행정구역 개편과 함께 구 껀터성와 행정구역상 분리되면서 지금의 성(城)급으로 분리 독립했다. 허우장성은 면적 16만 헥타르(ha), 인구는 약 77만명으로 메콩델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한다. 베트남에서 아직까지는 한국인의 거의 없는 곳으로 유일하게 한국진출기업으로는 CJ 사업장만이 있을 정도다.

장복상 CJ베트남 대표는 “베트남 메콩델타 전역의 농산물, 새우 등이 이곳으로 모인다”며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베트남 남부 최대 규모의 냉동물류 창고를 갖추게 됐다. 앞으로는 쌀, 새우 가공사업을 하고자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표단과 베트남 외교부 일행이 메콩델타 수해지역을 시찰하고 있다.[사진=김태언 기자]

곧이어 방문한 한 메콩델타 지역의 한 수해지역. 허우장성 롱미(Long My)현은 이미 화마가 휩쓸고 간 것처럼 모든 갈대들이 한 방향으로 눕혀 있었다. 롱미현 인인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대표단과 베트남 외교부 일행이 도착하자 우기철 물의 수위가 3미터까지 올라왔다며 계측기의 눈금을 가리켰다.

수해는 이들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한해의 일상과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가옥들은 물과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져 있고 일부 집은 수상가옥으로 아예 물 위에서 둥둥 떠다니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수해를 피하려면 물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의 생활은 물을 벗 삼아 이렇게 수백년의 세월을 견뎌냈다. 메콩텔타 평원에서 켜켜이 흐르는 수많은 지류와 수로들은 지역민들에게는 삶을 이끌어 가는 원천이자 동력이다.

태광 껀터는 껀터·허우장 지역을 포함해 메콩델타 남부지역의 유일한 한국 제조업체다. 태광그룹은 베트남에서 익히 알려진 것처럼 베트남 내 많은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껀터 사업장은 가장 최근인 2018년에 설립됐다. 껀터공장에서는 주로 신발의 안창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안창은 다시 동나이 베트남 거점 생산공장으로 보내져 완제품으로 조립된다.

송중희 태광껀터 사업소장은 “작년까지만해도 72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면서 주문물량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발주물량이 줄면서 코로나 여파로 직원수도 6400명까지 감원됐다. 상황은 쉽지않지만 껀터시 유일의 한국 제조기업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콩의 어머니'는 강인한 베트남 남부 여성의 표상
 

허우장성 롱미형에 위치한 한 수공업장에서 지역민들이 부평초 가구를 만들고 있다.[사진=김태언 기자]

제주도의 삼다(三多)인 돌, 바람, 여성처럼 메콩델타는 ‘쌀, 새우 그리고 여성’으로 대변된다. 박노완 대사의 언급처럼 새우는 매년 베트남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지난해에는 더 올라 60%에 육박했다. 베트남 정부는 공로를 치하하면서 새우 모양을 본뜬 수출탑까지 끼엔장에 세웠다. 특히 새우의 두 품종 중 하나인 옐로우타이거(황색새우)는 한국에 수출이 많이 된다. 한국인들이 점차 새우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이곳에서 생산된 새우가 우리의 밥상에 그대로 오르는 셈이다.

쌀은 지난해 기준 베트남 전체 생산량의 58.1%를 차지했다. 이 중 대부분이 수출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베트남이 태국을 제치고 세계 수출국 2위에 올랐다. 한국은 매년 5.5만 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데 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전량 매입해 관리한다. 메콩델타 지역은 워낙 수량이 풍부하고 토질이 좋아 농업의 기계화만 이뤄진다면 삼모작이 아니라 사모작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여성은 메콩델타의 또 다른 이미지다. 이 지역 각 성의 평균 남녀비율이 49대 51로 여성이 더 많은 이유도 있지만 메콩델타의 어머니들은 수천년 간 이 지역을 지키고 이끌어 왔다. 여전히 많은 어머니들이 경작지에서 쌀을 생산하고 젊은 세대의 여성은 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로 나가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다.

일부 여성은 외국으로도 많이 나갔다. 이미 한국에도 많은 껀터 출신 여성들이 있다. 지금도 한국 내 베트남인 결혼이민자 중에는 껀터 출신이 상당하다. 한국과 베트남을 흔히 사돈에 나라로 비유하는데 이렇게 보자면 껀터는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신부를 배출한 사돈의 도시인 셈이다.

컨떠시 이민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베트남 가정의 2세들이 자라나면서 점차 더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베트남 민간항공국의 승인을 받아 한국직항노선이 이미 개설됐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대로 곧 한국 신규노선이 운항될 것”이라고 했다.

◆껀터, 2030년에 연소득 1만달러 달성 목표...한국발 인프라투자는 사실상 '제로(0)'
 

20일 한국대표단과 껀터성 인민위원회의 간담회가 껀터시 청사에서 열렸다.[사진=김태언 기자]

최근 껀터시는 ‘2030 메콩델타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역내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쩐꾹짱(tran quac trung) 껀떠시 당서기는 껀떠는 외부사업을 지향하고 강하게 추진 중“이라며 ”한국은 베트남 누적투자국 1위인 만큼 컨터와 메콩델타 지역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껀떠시를 포함한 메콩지역은 2030년까지 역내 GDP 1000억 달러, 국민연소득 1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 지역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물류인프라 문제도 강 지류의 치수시설를 정비하고 항만도 대폭 확장할 예정이다. 베트남 중앙정부도 이러한 컨터시 지방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듯 컨터-호찌민 고속화도로 사업에 이어 껀터와 메콩델타 최남인인 까마우시를 잇는 고속도로 프로젝트도 최근 승인했다.

베트남 내 주요시중은행으로 발돋움한 신한은행도 곧 컨터시에 처음으로 지점을 개설한다. 일부기업을 제외하곤 메콩델타가 한국기업의 불모지인 점을 볼 때 신한은행으로썬 사실상의 실험작이다.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은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베트남 주요 시중으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껀터시에 한국의 선진금융 문화를 보급하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국 대사관 노무관은 베트남은 두 번째 노동쿼터 배정국가로 지난해 수천여명의 베트남인이 한국으로 송출됐지만 메콩델타 지역의 인력송출은 40여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EPS)등과 연계해 이 지역의 한국어와 관련 실무교육을 늘리고 인력송출을 더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메콩강 위에서 바라본 껀터시 전경.[사진=김태언 기자]

지난 3일간 기자는 한국대표단과 함께 체류하면서 메콩델타의 진한 햇빛과 맑은 바람을 맞았다. 어느 한국의 농촌 풍경과도 흡사한 광경은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왜 사람들이 고향을 추억하며 언제나 어머니의 땅을 그리워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에서는 껀터 중심에 고급 자동차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며 새로운 부농(富農)의 삶이 엿보이기도 했다.

방문 마지막날 컨터 교외로 나서자 한 건물 한 벽면에는 거의 이름도 보이지 않을 듯 희미해진 드라마 대장금 포스터가 나부꼈다. 지난 2004년 베트남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맨 처음 껀터 등 특히 베트남 남부에서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돼 한류의 시초 드라마로 꼽힌다. 어쩌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동남아 한류 붐의 원조이자 많은 한-베 가정의 진짜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을 우리는 한동안 잊고 지냈는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국의 껀터시 투자액은 2억 6700만 달러. 한국의 베트남 전체 누적투자액인 720억 달러에 비춰보면 채 2% 남짓에 불과하다. 공적개발원조(ODA)도 소규모 프로젝트를 제외하곤 지난 3년간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소외된 메콩지역을 널리 홍보하고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새삼 느껴진다.

박노완 대사는 “무엇보다 이제는 메콩 지역의 잠재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은 연평균 성장률 6%로 베트남에서도 가장 전도유망한 지역 중 하나”라며 “한국 민관협동으로 껀터를 자주 방문하고 지난 ‘2020 미트코리아’ 행사처럼 한국 기업과 메콩지역의 각 성이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대사관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메콩델타 남부지역 순방을 함께 주관한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왼쪽)와 레하이짱 베트남 외교부 차관.[사진=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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