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조만간 기독교 지도자들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천주교 지도자를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돼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천주교 지도자와의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세례명은 디모테오인 문 대통령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8·15 광화문 집회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방역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역 상황이 더 악화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서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억설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천주교 지도자들을 향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또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아주 분노하는 마음들도 많이 는데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 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겸 광주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 △이기헌 주교(경기의정부교구장) △권혁주 주교(경북 안동교구장) △이용훈 주교(경기수원교구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 △손삼석 주교(부산교구장) △김준철 신부(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처장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를 대표해 발언한 염 추기경은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우리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천주교는 각 교구별로 현장 미사와 소모임을 중단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방침을 마련 중에 있다.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주교회의 측에서 준비한 ‘묵주 기도의 모후’라는 제목의 성화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성화에는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기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김 의장은 기도를 통해 “코로나19 극복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주시라”고 했다.
한편 천주교 지도자들과의 간담회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일정으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몇 차례 순연됐다가 재추진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참석자 규모가 줄었지만, 최근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돌출 행동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존에 추진해오던 종교별 지도자 간담회도 이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