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서 왜 이런 회계지표를 내놓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소위 ‘듣보잡’ 업체들이 회계지표 우수기업으로 소개되고, 비교적 우량한 회사 이름은 안 들어가서 해지 문의를 받은 업체들이 많습니다.”(상조업체 A사 대표)
“회계지표가 우수하다고 소개한 곳 중 관계자가 봐도 건전한 업체라고 보기 어려운 곳들이 많습니다. 상조업체는 민원, 영업 능력, 서비스 등 다방면으로 봐야 하는데 너무 안전성만 평가했습니다. 영업이 전혀 안 되는 회사도 우수 사례로 소개됐으니까요.”(상조업체 B사 관계자)
어려운 회계지표, 현실 반영 못해
다만, 업력이 오래돼 선수금을 누적해 많이 쌓아왔던 상조업체일수록 이 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이 많지 않은 신생업체도 단기 영업만 이뤄내면 해당 지표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80%에 육박한 비율로 영업현금흐름비율 1등을 차지한 C업체는 업력이 10년도 안 됐다. 반면, 업계 선수금 최상위권인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개발은 상위 10개 업체에 들지 못했다.
청산가정반환율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지급여력비율의 명칭은 변경한 지표인데, 단순히 100% 이상인 상조업체 목록을 제공하면서 신규 영업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업체도 우수 회계지표 업체로 소개됐다.
심지어 공정위 발표 지표 3곳에서 우수 업체로 소개된 D업체는 올 3월말 기준 총 선수금이 10억원도 안 되는 소형 업체였다. 해약환급금준비율 지표에서 타사 대비 압도적인 비율을 기록한 E업체 또한 총 선수금이 8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해약환급금준비율 상위 10개 업체 중 선수금 10억원이 넘지 않는 업체는 6개사나 된다. 공정위 발표가 영세업체, 신생업체만 유리한 회계지표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규모별, 업력별 분류 후 평가 필요"
이번 분석에는 선수금이 5억원 미만이거나 감사의견에서 한정의견 또는 의견거절을 받은 업체는 제외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우수 상조업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수금 규모·업력 등 일정 기준에 따른 집단 구분과 상품·서비스를 반영할 수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선수금 1조원 회사와 50억도 안 되는 회사들을 일률적으로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은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신규 영업을 거의 못하는 회사도 우수 회사로 선정돼 있다”며 “소비자에게 우수 상조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라면 규모별, 업력별 차등을 둬서 분석을 하고, 회계지표 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격 및 구성, 서비스,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