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대형 경영 악재를 만난 스타트업계가 자발적으로 해외 활로를 뚫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중기부가 미온적인 대처로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부처의 문을 두드린 스타트업은 같은 요청이 즉시 받아들여져 ‘무사통과’했다. 현장에선 “중기부가 겉으론 ‘유니콘’을 외치면서 화려함만 추구할 뿐, 정작 현장에서 내실 있는 도움의 손길은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협회는 지난 수년간 중국 하얼빈시와 네트워크를 형성해 양국 스타트업이 교차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과 투자를 연계지원하는 센터를 개소하기로 했다. 협회는 당초 스타트업들과 올해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출국을 미뤄 왔다. 하지만, 센터 개소 전 중국 방문이 불가피해 지난달 말 일정을 잡았다.
중국 하얼빈시와 헤이룽장(黑龍江)성은 현지 진출 예정인 국내 스타트업을 위해 전세기까지 띄워 주기로 하는 등 적극 움직였다. 또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중신속통로’ 등 관련 제도를 총동원해 자가격리를 면제해줘서 중국 현지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조치해 둔 상태였다.
문제는 입국 후 국내 활동이었다. 출국 예정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번 출장이 14일 자가·시설 격리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절차에 따라 지방중기청에 이를 요청했다. 지방중기청 담당자에게 면제 신청을 위한 관련 자료를 보냈지만, 내부 검토 결과 ‘면제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중기부의 판단과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같은 요청을 한 4곳의 스타트업은 면제를 받아냈다. 한 관계자는 “과기부의 ‘K-글로벌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참여한 스타트업 4개사도 이번 진출에 포함됐는데, 이들은 면제를 받았다”며 “듣기로는 과기부 담당 사무관은 글로벌 진출 사업의 중요성과 스타트업 경영의 전후 사정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었는지, 당장 과장과 국장에게 이를 설명하고 설득에 나서 면제를 받아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협회와 스타트업 관계자가 지방중기청에 면제 불가 사유를 물어보자 "면제 받은 기업이 아직 한 곳도 없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나 면제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해당 지방청 관계자는 “여러 지역에 소재한 기업을 포함해 신청한 사례가 처음이었다”며 “출국 예정 스타트업의 소재지가 우리 관할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 기업의 면제)판단이 애매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방중기청은 관할 지역 외 다른 스타트업에 대한 면제 검토 권한이 없다.
결국 협회장이 직접 대전에 있는 중기부 본청을 찾아가 고위관계자 여러명과 면담을 하며 애로사항을 건의했다. 중기부는 뒤늦게 조치에 들어갔다. 중기부 고위관계자가 해당 민원을 파악하자, 재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당초 15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검토 기간과 상관없이 중앙부처에서 바로 검토하는 형태가 된 거 같다”고 귀띔했다. 결국 ‘면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중기부의 판단은 출국 하루 전날 뒤집혔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스타트업을 위해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소극적인 모습은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