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가 하락하고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불안이 높아지면서 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금값이 온스당 19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붕 뚫은 금값...투자 큰손들 여전히 '매수' 권고
무엇보다 최근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 수요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지수는 이날 94 아래로 붕괴되면서 2년여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 국제 시장에서 금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품은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나라에서 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달러 하락 속에 올해에만 금값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18주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 중이다. 금 ETF로 쏟아진 돈은 2009년에 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로나19발 경제 불확실성과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가치를 띄우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인플레이션 헤지로서 금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이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V자 회복 기대가 꺾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수용적 통화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더 완화적인 발언이 나올 경우 금값이 당장 온스당 195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FX스트리트는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값 상승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주류의 관측이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찍을 것으로 봤고, 씨티그룹은 올해 안에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을 30%로 제시했다. 지난 4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년 반 안에 금값이 3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 역시 최근 금 매수를 권했다. 모비우스는 2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도 금을 사고 있고 앞으로도 살 것"이라면서 "금리가 제로거나 제로 수준일 때 금은 이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다. 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값은 오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금 채굴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금값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금값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전조...경제 경고등
문제는 금값 상승의 배경이다. 금값을 밀어올리는 요인들, 즉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경제 봉쇄령이 다시 떨어질 수 있고 △유례없는 정부 부양책이 계속 쏟아지고 △중앙은행들이 전에 없던 속도로 돈을 찍어내고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달러가 급락하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모두 세계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불황에도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채권시장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지난 4개월 내내 상승세를 보이면서 24일에는 1.5%까지 올랐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59%에 비해 1%p나 높은 수준이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실질 금리가 곤두박질치는 데다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결국 승리하고 연준으로부터 추가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금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