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부채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2020-07-19 14:44
  • 글자크기 설정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위기는 부채를 동반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대외채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모기지 사태가 위기를 만들었다. 부채가 급증하고, 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면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는 ‘부채경제(Debt Economy)’에 놓이게 했다. 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소득을 담보로 현재 돈을 가져다 쓰는 행위다. 현재 돈을 가져다 썼지만, 미래 소득의 담보력이 의심된다. 불가피한 빚이지만, 갚지 못할 빚은 피해야 한다.
경제의 3대 주체 모두 부채가 급증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 상황에 놓였다. 트리프 크라운은 스포츠 용어로, 보통 한 선수나 팀이 3개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를 지칭하며 특정 종목에서는 선수 개인이 한 경기에서 3개의 기록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계·기업·정부 각각의 부채도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게 되었지만, 우승이 아닌 위기라는 이름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우려감이 감돈다.

정부 부채 – 정책 기조의 전환이 이행돼야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한해 세 차례의 추경을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상 2차 추경은 있었지만, 3차 추경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규모 면에서도 약 59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예산지출이 단행되는 일이다.

돈 쓸 데는 많은데 돈 들어올 데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0년 43.5%로 최고 수준이다. 저물가·저성장·저고용·저투자·저출산 등 모든 것이 ‘저저저’인데, 국가채무만 이토록 높다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제가 하강국면일 때는 법인세, 소득세, 소비세도 줄기 마련이다. 부동산 정책마저 거래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계획되고 있어 양도세와 취득세 등도 줄 것이라 판단된다. 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과연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지도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 아닌가? 세율은 거래의 가격을 뜻하는데, 가격이 올라가면 거래가 줄어 오히려 세수가 줄기 마련이다.


국가채무 규모 및 GDP 대비 비중 추이
 

 

 
 

기업부채 – 중소기업, 버틸 수 있는가?

매출이 줄어 운영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부채에 의존하게 된다. 기업들의 은행대출 잔액은 2010년 535조2000억원에서 2019년 908조7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20년 6월까지의 잔액은 946조7000억원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부채 증가세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위기 대응력이 부족하고, 자금 여력도 충분치 못해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그 위기의 온상이 될 우려가 있다.


기업 은행대출 잔액 추이

 

 



신용위험도를 보면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함에 따라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신용위험이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부진에 따라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 저소득층 위험 집중돼

정부 부채와 기업부채도 문제지만,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가계부채는 더욱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영역이다. 가계부채는 2002년 465조원에서 2019년 1600조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1분기에는 1611조원을 기록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도 2002년 59.4%에서 2019년 82.7%로 상승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채무상환능력이다. 즉,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가가 중요하다.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는 채무상환비율이 2019년 61.9%로,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2016년에는 41.3% 수준이었으나 엄청나게 상승했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2분위 이상은 채무상환비율이 낮고, 2017년 이후 오히려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 5분위별 채무상환비율 추이

 

[1]



부채경제 시대, 어떻게 견딜 수 있는가?

‘부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정책운용이 필요하다. 적극적 예산 지출이 경제성장(투자 확대, 소비 증진 등)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세입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R&D 예산을 공여하고, 공적 인프라 건설을 단행하는 등의 세출계획에는 반드시 민간기업의 신산업투자로 연결되는 세입목표가 반영되어야 한다. 경제 충격이 집중된 산업과 계층을 선별해 지원이 집중되고, 이들이 견실하게 경영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의 신용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들의 신용위험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마중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들이 영위하는 도메인 사업과 정부의 디지털 뉴딜 및 그린 뉴딜 사업이 매칭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미래 시나리오 2021'을 통해 기업들도 코로나19의 충격 이후 경제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존해야 한다. 우선, 공공근로사업이나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확충하여 저소득층이 근로소득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과다부채가구를 축소해야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업자금 마련 및 고위험자산 투자 등의 투기적 대출을 규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무건전성 취약가구 대상의 금융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높은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워 고금리 대부업체에 의존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