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코로나19가 6개월 넘게 지구를 휩쓸고 있다. 세계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신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과 일본은 유사한 코로나 통계와 유사한 정책으로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의 대규모 감염위기를 가장 먼저 탈출한 한국과 인구대비 감염자수가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는 일본은 비록 역병을 완전 퇴치하지 못하고 있으나 코로나와 같이 가는 ‘포스트· 위드(postㆍwith) 코로나’ 시대의 경제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성장기회로 삼아야 한다. 3% 성장률 실현을 목표로 규제개혁을 실행하고 디지털기술을 최대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기업과 조직이 살아남도록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진정한 위협은 감염환자 증가보다도 오히려 국민들 간에 퍼지고 있는 위축심리와 자숙 분위기가 활동재개의 족쇄가 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심각한 수요부족에 의한 기업도산과 실업의 증가 등으로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보이지 않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위축되고 있는 경제 환경을 추스르고, 성장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정책과 전략 구상이 매우 흡사하다. 지난 14일 각각 발표된 한국 정부의 '한국판 뉴딜' 계획과 스타트업 육성을 겨냥한 일본정부의 ‘글로벌 거점도시’ 프로젝트는 이러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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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일본정부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쉬운 환경을 정비하는 ‘글로벌 거점도시’에 도쿄(東京), 간사이(關西), 아이치(愛知),후쿠오카(福岡) 등 4개 도시권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거점도시에 대한 정부의 주요 지원책은 △ 세계적인 액설러레이터들을 동원한 스타트업 육성과 노하우 이전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세계로 정보 발신 △ 일본무역진흥협회(JETRO) 해외거점을 활용한 창업가와 투자자 유치 △ 정부관련 예산의 우선적인 배분과 심사에서 가점 기업의 실증실험에 관한 특례 설치 등 규제완화 △ 민간 대기업들의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도쿄권은 도내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대학 외에 이바라키현, 요코하마시, 가와사키시, 사이타마현 와코시와 함께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 도쿄 컨소시엄’으로 바이오, 핀테크 분야에서 이 사업에 도전했다. 간사이권은 오사카, 교토, 고베의 3개 도시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제조업,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계해 세계적인 창업가 육성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아이치는 나고야시와 도요타 자동차그룹이 앞장섰다. 글로벌 거점도시는 지난해부터 총리실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의가 ‘산학관연+지역’을 엮어 일본형 창업국가(스타트업 네이션)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대상지역을 공모했다.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프로젝트로 주요 지역들이 치열하게 사업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 6월 18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ICT 전문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 그룹웨어, 정보보호, 전자세금계산서, 클라우드팩스 등을 12만여개 고객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1991년 자본금 5000만원의 소규모 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시가총액 3조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문 대통령은 회사로부터 기업성장 스토리와 비즈니스 플랫폼, 빅데이터, AI(인공지능), 핀테크 사업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이 방문은 6월 초 정부의 디지털 한국판 뉴딜 제시 후 첫 번째 현장 행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지난해 12월 AI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올해 2월 통과된 데이터 3법은 8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한국판 뉴딜 계획은 코로나19 이후 정책의 끝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정책과 산업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 경제산업성이 6월 17일 발표한 ‘코로나19의 영향에 입각한 경제산업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라는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월부터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래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백신, 치료약 개발에 시간이 걸리고 이대로 접촉회피와 이동제한이 장기화되면 국내외 경제·사회는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의 ‘불가역적 변화’를 동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새로운 일상(뉴 노멀)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떻든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그러나 불확실성은 높은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발밑의 긴급 시 대응’→‘새로운 일상으로의 이행기’→‘새로운 일상에 적응기’로 시간축과 연속성을 의식한 정책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이행기 부분에서는 고용시스템, 인재육성, 이노베이션,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 지역경제, 중소기업정책 등 지금까지 강구해 온 경제산업정책의 방향성을 앞으로 어떤 점에 역점을 둘 것인가를 중심 테마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적응기 부분에서는 일본경제가 새로운 일상을 맞았을 때 어떤 특징을 갖춘 경제·사회가 되어야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강화를 필요로 하는 정책분야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책분야로 ‘의료·건강’, ‘디지털’, ‘그린’을 제시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코로나19 시대의 불확실성을 넘어서기 위한 ‘강인한 경제체질’도 강조했다.
한·일 양국이 같은 시기에 유사한 ‘포스트·위드 코로나’ 시대의 경제산업전략을 발표한 것은 처해 있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한국 특유의 경쟁력 있는 포스트· 위드 코로나 경제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제사회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산업 정책의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14일 발표된 한국판 뉴딜 계획은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점검과 개선(팔로업)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