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 전 자본시장연구원장(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라임사태'와 관련해 "특정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AUM)이 1~2년 사이에 10배 증가했고 상품도 무역금융과 같은 비전통적 상품 급증에 기인했다면 금감원이 당연히 한번은 살펴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수익률 부진으로 공모펀드 인기가 시들해지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사모펀드가 이를 대체하면서 특히 메자닌이나 부동산, 대출상품 등 비전통적 자산이나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세를 이루면서 이같은 사태가 불거졌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안 교수는 증권과 자산운용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투자는 효율적 프런티어를 확장한다는 측면과 기존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 투자에 비해 캐리수익(배당 또는 이자 등 현금수익) 높다는 측면에서 분명 매력적인 투자대상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부동산 투자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에 있어 과거 투자은행(IB)이 미미한 역할에 그친 반면 이에 대해 직접 딜을 소싱하고 투자하게 되면서 과연 금융투자업의 본질에 맞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안 교수는 대체투자가 인기를 끈 또다른 이유로 상대적으로 시가평가(marking to market)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측면을 꼽았다.
그는 "시가평가는 '양날의 칼'"이라며 "현재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유동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단기성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투자가 시가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덜 시달리면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저금리 시대에 투자자들은 캐리 수익이 높은 투자를 추구해 운용사 입장에서도 캐리 수익이 높은 투자를 추구하게 된다"며 "그러나 캐리 수익은 공짜가 아니라 그만큼 신용위험이 높다는 것을 반증해 대체투자가 모럴해저드에 취약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교수는 최근 국내 증시 회복세에 대해 통화정책의 구축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안 교수는 "과거 예를 보면 풀린 유동성의 75%는 초과지준금으로 다시 중앙은행에 회수되고 25%만 은행이 자의적으로 활용한 자금"이라며 "양적완화 이후 저성장·저물가로 대표되는 뉴노멀 현상 속에서 각국의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는데 주어진 자금이 자산시장에 투입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실물경제에 투입되는 비중은 줄어드는 일종의 통화정책 구축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많아져도 물가나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오히려 화폐 유통속도가 떨어져 그 효과를 대부분 잠식하는데 그 이유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고 극단적으로 보면 주가가 오르는 만큼 실물경제에 유동성이 투입되는 비중이 줄어 실물경제 회복이 부진하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대외 요인이 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미국 증시 향방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교수는 "미국 증시는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크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발권력을 가지고 무한정으로 퍼부을 수 있는 '파월 풋(Powel Put)'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와 같은 주가 수준에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당분간 횡보하거나 약간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밸류에이션 부담과 파월 풋이 맞서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하반기에 얼마나 빠르게 실물경제가 반등할 것인지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대응 준비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큰 위협요인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