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준의 취준생 P씨](9) 중소기업 한 달 만에 짤리고 전문직으로 돌아서다

2020-07-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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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꿔온 직무지만···의미없는 야근에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 중소기업 취업 의향 있지만 현실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회사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투자해야"

[편집자주] 올해 5월 기준 국내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약 128만 명입니다. 누구나 이 신분을 피하진 못합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길고 짧은지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취준생이라 해서 다 같은 꿈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합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아홉 번째 P씨(25)는 관세사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관세사는 수·출입 화물의 통관 업무를 대행하는 직업이다. 주로 무역과 관련된 행정 절차를 대행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맡는다.

관세사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관세사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관세사 자격시험 경쟁률(응시생 대비 최소 합격인원)은 약 31:1이다. 대표적인 전문직 자격시험인 공인회계사(약 9:1), 세무사(약 15:1), 감정평가사(약 10:1) 등과 비교하면 높은 축이다.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6개월 이상의 실무 수습을 거치고 관세청장에게 신고를 마쳐야 관세사로서 활동이 가능하다.

지난달 30일 만난 P씨는 중소기업을 관두고 관세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이었다. 최근 시험을 치른 P씨는 시험을 잘 봤냐는 물음에 "아직 공부를 시작한 지는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며 전문직 중 관세사를 선택한 이유로 "하고 싶었던 무역업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열심히 준비한 무역업...막상 가보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씨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무역’ 관련 직업을 꿈꿨다. 대학 전공은 무역 관련이 아니였기 때문에 공부 겸 취업 준비로 ‘유통관리사’, ‘무역 영어’, ‘국제무역사’ 등 관련 자격증을 땄다.

외국어 능력도 준비했다. 토익, 오픽 등 영어 스펙은 기본이고, 평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취미를 살려 일본어 자격증도 회화나 뉴스를 이해할 수 있는 JLPT(일본어능력시험) 'N2' 수준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왔다. 졸업 전 학교 연계 프로그램으로 포워딩(화물 운송, 통관 등 종합 서비스)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해보겠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P씨의 미래를 바꿨다. P씨가 출근 첫날 회사에게 들은 말은 “2명 중 1명만 정식 채용될 것이다"였다. 수습 계약 기간은 3개월이었다. P씨는 적어도 3개월은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보장될 줄 알았다.

당시 회사 생활에 대해 P씨는 “일은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선박회사의 ‘선하증권’을 발급하고 화물이 필요한 기업들의 선박 예약을 돕는 게 주 업무였다. P씨는 “서류 작업이 주 업무였어도 이 분야에 있는 것 자체가 좋아서 만족감이 높았다”고 말했다.

근무 환경에 대해서는 "회사가 작고 사람이 적으니 눈치보는 날이 많았다"며 "출근 시간 이후에 주는 일이 없어 앉아 있어야 했고, 임금도 최저 수준으로 받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P씨가 이 회사를 나오게 된 이유는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계약서에 3개월 채용이 명시됐지만, 1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P씨는 “어느 날 출근했는데 과장님이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했다”며 “한 달 안에 뭔가를 판별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과장님 앞에서 눈물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회사 자산'으로 생각하고 투자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준생 1214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78.3%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상대적으로 취업 문턱이 낮아서’(47.6%, 복수 응답)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기업 규모는 상관없다’(40.7%)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취준생들의 생각과 달리 냉혹했다.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543곳에 물은 결과 5곳 중 4곳에서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이 있다고 증언했다. 인사담당자가 밝힌 신입사원 조기 퇴사 이유는 ‘직무 적성 문제’(37.1%, 복수 응답),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함’(23.6%), ‘낮은 연봉’(22.6%), ‘업무 과다’(19.8%), ‘상사나 동료 관계 불화’(19%) 등이다.

P씨는 “(취업 문턱 때문에) 대기업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중소기업을 준비했다”며 “한 중소기업은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니 날짜도 알려주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 면접을 본 곳에서는 역량보다 사생활 위주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꿈을 접은 P씨는 전문직 '관세사'를 다음 직업으로 준비했다. 하고 싶었던 무역업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P씨는 “하고 싶은 분야인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어서 '관세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10월 FTA관세무역연구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은퇴를 염두에 두는 나이인 '60대 이상' 관세사 비율은 전체 중 9.1%로 한창 일하는 40대와 같았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구직자들은 근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중소기업은 회사의 생산성 향상과 이윤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근로자들을 ‘회사의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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