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불만을 재차 드러냈다.
국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던 북한은 지난달 24일 돌연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결정을 내린 후 노골적인 대남 비난을 삼가 온 북한이 남측의 한·미 동맹 우선 정책기조를 간간이 비판, 관망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6일 '언제까지 치욕과 굴종의 굴레를 쓰려는가' 제목의 기사에서 남한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을 인용, "한·미 실무그룹(워킹그룹)은 남북 관계의 족쇄가 되었다", "정부는 트럼프에게 남북 관계를 맡기지 말고 남북 관계 추진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한 언론의 기사를 언급하면서 "한·미 실무그룹의 틀에 빠져 남북선언들을 이행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그냥 허비한 결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남북 관계를 완전히 말아먹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남한 정치권 및 언론 모두 한·미워킹그룹을 비판하고 있다고 역설한 셈이다.
앞서 북한 대외선전매체들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23일)를 주재하고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 이후 당일 내보낸 대남비난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북한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도 대남 비난을 중단한 상태다.
다만 대외선전매체들은 남한 정치권 인사와 언론, 시민단체의 주장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한·미워킹그룹과 남측에 날을 세워왔다.
한·미워킹그룹은 남북 협력과 관련한 제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 마련된 소통 채널이다.
한국에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포함해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이 같은 한·미워킹그룹을 두고 남북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경제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긍정 평가가 있는 반면, 남북 교류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달 남북 관계의 급속한 악화 원인으로 한·미 워킹그룹을 꼽으면서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그 문제(국제사회 제재)는 우리에게 창조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게 한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도 하나의 길이라면 길"이라며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했던 건 한반도의 평화 문제"라고 짚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교부로서는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워킹그룹이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해 왔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그런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번 (이도훈) 본부장의 방미 시 미측과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어떻게 운영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조선의 오늘'은 이날 '반드시 철폐되어야 할 반통일적 악법'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기사에서 남한의 국가보안법을 가리켜 "시대착오적인 반북(反北) 대결 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