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알리바바에 투자한 건 일생일대의 선택이 됐다.
초기 투자금은 현 시점에서 2500배로 불어나 있다. 마법과 같은 투자 성과다.
◆4000만 달러 대신 2000만 달러
지난 2000년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을 만난 손 회장은 그의 경영 비전에 공감해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당초 손 회장이 마윈에게 제안한 액수는 최종 투자금의 2배인 4000만 달러였다.
창업 초기라 한푼이 아쉬웠던 마윈이 손 회장의 통 큰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뭘까. 스스로 설명한 적이 있다.
마윈은 "너무 많은 돈은 나쁜 일을 초래하곤 한다"며 "당시에 4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면 알리바바 지분의 49%를 넘겨야 했다"고 술회했다.
과한 욕심을 부리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알리바바의 성공 가능성이 입증되자 손 회장은 2004년 40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다.
한때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39.6%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30%대 초반, 20%대 후반으로 점차 낮아졌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소프트뱅크도 소위 대박을 맞았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 가치는 580억 달러에 달했다.
초기 투자금 6000만 달러가 100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최근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6200억 달러,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25% 안팎이다. 투자금 대비 25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알리바바에 투자해 번 돈이 평생에 걸친 투자 수익의 80%를 차지한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소프트뱅크 경영난 해소 일등공신
소프트뱅크는 2016년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보유 중인 알리바바 지분 79억 달러어치를 매각한 바 있다. 지분율은 32%에서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무제표 개선이 시급했던 소프트뱅크와 자사주 매입을 원하던 알리바바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제휴였다.
부침을 거듭하던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5.2%로 집계됐다.
올해 손 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소프트뱅크가 올해 1분기 기록한 적자만 1조4381억 엔(약 16조원)이다. 일본 기업의 분기 기준 최대 적자로 기록됐다.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비전펀드(Visoin Fund)를 활용해 우버와 위워크 등에 투자한 게 손실로 돌아온 탓이다.
손 회장은 부채 축소,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 등을 위해 410억 달러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이 가운데 115억 달러 규모의 알리바바 지분 매각도 포함됐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의 지분율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소프트뱅크 경영이 흔들릴 때마다 알리바바 지분을 곶감 빼먹듯 팔아 위기를 넘기는 모습이다. 20년 전 손 회장의 투자 결정은 자신에게도 소프트뱅크에도 신의 한 수가 됐다.